새요직인선/인물없어 늦나 해놓고 감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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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철저한 보안속 엇갈린 추측만/비서실장 민주계 의원 기용설
김영삼차기대통령은 새정부 조각과 청와대 요직인선에서 「입맛에 딱맞는」 인물을 찾기 위해 상당히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마음을 정한 것 같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새정부출범 만10일을 앞두고 아직도 진통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비서실장 인선은 이번주 후반에,총리·감사원장 내정자는 취임식 직전에 가서야 발표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여전히 추측만 무성하다.
김 차기대통령 주변에서는 『5공,6공을 거치면서 통치권이 차세대인물군을 키우지 않아 인물난이 심하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비서실장은 김 차기대통령의 인사 첫작품이자 선보이기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은 그동안 검토대상에 올랐던 7∼8명중에서 1∼2명에게 마음을 두면서 최종결심을 다지고 있는 것 같다.
대상은 김덕룡·박관용·최병열의원,남재희·황병태 전 의원,이홍구주영대사,한완상서울대교수,현승일국민대총장 등이다.
이 범위밖에서 새로운 얼굴이 돌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예컨대 최창윤 현 총재비서실장·강경식 전 재무장관의 이름이 나오고 있는데 『김 차기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대통령이 측근 참모로 중용했던 사람을 다른 자리도 아닌 비서실장에 쓸리는 만무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최병열의원은 『김 차기대통령에게 「새사람을 써야 한다」는 뜻을 말씀드렸다』고 밝히고 자신은 인선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나머지 인물중 누가 낙점을 받을지는 현재로선 김 차기대통령밖에 모른다. 주말을 거치면서 민주계 중진사이에서 『현역의원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김·박 의원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막판의 변화 가능성 때문에 단정하기는 이르다.
두 의원은 지역구 의원이어서 기용되면 의원직을 내놓아야 할 형편이다. 법적으로는 겸임할 수도 있으나 정치적으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고 업무자체가 겸직하기에는 벅차다.
보궐선거로 보자면 김 의원(서울 서초을)보다 박 의원(부산 동래갑)지역구가 김 차기대통령에게 부담이 적다.
민주계에서는 권력의 핵심인 비서실장만큼은 관계가 깊고 믿을 수 있는 민주계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계에서는 1차안으로 김·박 의원,2차안으로 황 전 의원,한 교수 등을 밀고 있다.
김윤환 전 총장을 비롯한 민정계내 신민주계에선 민주계 비서실장을 경계하는 눈치다. 김 전 총장은 같은 YS추대위계열인 남재희 전의원이나 「색깔이 옅은」 이홍구대사를 천거하고 있다. 따라서 김 차기대통령의 선택은 당내세력간 역학구조에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차기대통령은 비서실장 카드를 최대한 늦춰 이번 주중에 공개할 것 같다. 『빨리 밝히라』는 일부 여론도 있지만 김 차기대통령은 『드러나는 순간 내정자는 주변의 밀물같은 접근공세에 시달린다』며 「보완의 소신」을 움켜쥐고 있다.
○…총리·감사원장·안기부장 등 요직인선은 대체로 김 차기대통령의 마음속에 마무리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발표했을 경우 부작용을 우려해 본인에게도 미리 통보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측근들은 김 차기대통령의 인선구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인하면서 『인사관련 자료들의 섭렵은 이미 끝났다』며 『이제는 새정부의 과제인 부정부패척결,개혁실천과제의 우선순위와 강도 결정,효과적인 내각관리 방안 등 구체적인 정부운용방향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번주에는 공식일정도 대폭 줄여 김 차기대통령이 집권구상을 구체화하는데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말한다.
즉,낙점을 해놓고도 입밖에 내지 않음으로써 인선쪽에 시선을 끌어놓고 정작 김 차기대통령 본인은 다른 작업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 차기대통령은 또 위법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싫어해 각부장관 등의 임용도 국회에서 총리임명동의안이 처리된뒤 총리의 제청절차를 거쳐 26일 오후께나 발표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런 김 차기대통령의 인사스타일 때문에 총리·감사원장·안기부장 내정자에 대한 인선내용이 구체적으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거명되는 인물에 대해 보인 반응이나 평소의 호·불호로 미루어 짐작만 무성하다.
비서실장과 총리·안기부장·감사원장중 적어도 한자리 이상은 호남인사가 기용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렇지만 막상 인물을 쓰려고 해보면 그들이 호남정서를 대변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민자당의 황인성정책위의장은 김 차기대통령이 성실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어 초반에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지금은 다소 주춤한 상태며 김상하대한상의회장도 거론됐으나 『고령인데다 재산이 많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호남의 상징적 존재인 홍남순변호사와 이돈명 전 조선대총장,언론인 박권상씨도 추천대상이지만 기용은 난망.
김준엽 전 고대총장은 본인의 고사설과는 달리 문민정부 출범에 어떤 형태로든 협조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전남출신인 윤관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은 참신성에다 여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인물이란 점에서 총리 또는 감사원장으로 거명된다.
이홍구주영대사는 김 차기대통령과 소문나지 않은 가운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찰스영국황태자 방한시 귀국,김 차기대통령과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지면서 4대포스트중 하나를 맡을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안기부장은 정치사찰 금지 및 대공·해외정보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민간인 출신이 될 것이라는게 김 차기대통령 주변의 공감대다.
이에 따라 이 대사와 현홍주주미대사,이종남 전 법무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김두우·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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