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뺨치는 서울 공시 문제 수준도 높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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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도전, 벌써 시험을 세 번이나 치렀는데 갈수록 어려워지니 걱정입니다."

올해 초 서울의 S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주모(26)씨는 8일 서울 여의도중학교에서 서울시 공무원 행정직 7급 시험을 치르고 나서 힘없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행정고시도 같이 준비 중인데 서울시 공무원 시험 수준이라면 행정고시 못지않다고 말했다.

전날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와 시험을 치른 이희범(32)씨는 "공무원 시험이 현대판 과거시험이라고 할 정도로 어려워져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7~9급 서울시 공무원 1732명을 뽑는 시험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종로구 동성중.고교 등 10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각 시험장 주변은 '공무원 시험 특수'를 노리고 아침 일찍부터 학교 정문 주변에 자리를 차지한 커피.사인펜 행상들로 마치 수능시험장을 방불케 했다. 올해 시험에는 모두 14만4445명이 원서를 냈으나 이날 응시한 인원은 9만1582명이었다. 실제 경쟁률은 52.9대 1을 기록했다. 응시율은 63.4%. 워낙 많은 사람이 응시하고 문제 수준도 높다 보니 원서만 내고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은 응시자가 많았다. 지방에서 상경해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4만 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갈수록 어려워진다"=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인 에듀피디의 최재형 과장은 "수험생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응시생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에서 시험의 난이도를 갈수록 높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시험은 행정직 7급.9급, 건축직 7급.9급 등 총 33개 직렬별로 치러졌다. 이 때문에 일률적으로 시험 문제의 난이도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응시자가 많은 행정직 7급과 9급을 놓고 보면 공통과목인 영어의 경우 단순한 문법 실력보다 일상 회화 능력이나 어휘력 등 실무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력을 갖췄느냐를 주로 평가했다.

'2007 서울특별시 지방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이 8일 서울 시내 10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시험을 마친 응시자들이 시험장인 서울 동성중.고등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다. 이번 서울시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은 1700여 명 모집에 9만1582명이 응시해 52.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뉴시스]

시험을 주관하는 서울시 인재개발원은 문제은행식으로 문제를 출제.관리한다. 대학교수로 구성된 출제위원들이 매년 새로운 문제를 과목별로 200~300문항씩 공급하면 최근 4년치 문제와 합쳐 과목별로 20문제씩 뽑는다.

서울시 신인섭 전형팀장은 "매년 10만 명가량이 시험을 보기 때문에 정답 시비가 없고, 최신 경향을 반영하는 문제를 내기 때문에 문제 수준이 높아진다고 수험생들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응시인원도 폭발적 증가=서울시 공무원 시험은 1999년부터 응시자 거주제한을 없애면서 응시인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만 943명 모집에 9만8000여 명이 응시해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었다. 매년 평균 50대 1은 훌쩍 넘는다. 매년 30대 1 수준인 행정고시보다 경쟁률이 더 높다.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는 다음달 14일, 면접은 9월 17~21일에 치른다. 최종 합격자 발표는 10월 5일에 있다.

◆지방 수험생을 위한 대책은=해마다 수만 명의 지방 수험생이 몰리자 서울시는 '지방 출장 시험'을 검토할 계획이다. 매년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7만여 명의 수험생들은 전쟁을 치러야 한다.

서울시는 지방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서울로 올라오지 않고 거주지 근처에서 시험을 보도록 하는 제도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신준봉.주정완.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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