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블루길'도 자식사랑은 끔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파랑볼우럭의 부성(父性)은 유별나다. 아비는 알 옆에서 연신 지느러미를 살랑살랑 흔들며 물살을 만들어 알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또 다른 물고기나 달팽이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자리를 절대 떠나지 않는다. 이 사랑 가득한 물고기가 우리의 '공공의 적'이라면 믿겠는가? 파랑볼우럭은 '블루길(Blue gill)'의 또 다른 이름이다.

새우.다슬기.수서곤충 등 우리 어종을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욕을 먹는 이 대표적인 외래종이 사실은 '따뜻한 아버지'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간 '꿈꾸는 달팽이''생물의 죽살이' 등을 통해 쉽고 재미난 생물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은 저자가 이번에는 민물에 사는 담수어에 초점을 맞췄다. 생물학자로 살아온 그는 '블루길' 등 한국에 정착한 외래종에 대해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을 던진다. "처음부터 이 땅에 산 생물은 결코 몇 되지 않는다. 외래종은 자연의 허락을 받고서 시나브로 우리 땅에 적응하며 잘 살고 있다"라며.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눈에 열이 많아 차가운 곳을 찾아다닌다는 '열목어(熱目魚)', 저구새가 꾹 찍어 먹은 고기라 하여 송강 정철 선생이 이름지었다는 '꾹저구', 샘나게 예쁜 물고기 '새미' 등 이름을 통해 생물의 특성을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