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키즈] 내리사랑은 동물도 똑같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학교라는 생경한 환경이 무서워 선생님 정강이를 징이 박힌 구두로 차놓고는 그 미안함 때문에 폭포 같은 키스를 퍼붓던 빈센토. 가브리엘 루아(1909~1983)의 대표작 '내 생애의 아이들'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빈센토처럼 캐나다로 갓 이민온 꼬마 학생들이 나온다. 8년간 교사 생활을 했던 루아는 아이들의 공포감은 물론 순수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그들만의 소통 방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이번에 나온 '그 겨울의 동화'도 감동의 드라마다. 루아는 '내 생애의 아이들'로 1977년 캐나다 총독상을, '그 겨울의 동화' 속 단편인 '끝이 없는 사랑'으로 79년 캐나다 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내 생애의 아이들'이 어른들로 하여금 유년을 회고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면, '그 겨울의 동화'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사랑을 생각하게 하는 우화다.

'끝이 없는 사랑'은 쿠르트케라는 어미 고양이의 유별난 자식 사랑을 다루고 있다. 주인들은 쿠르트케가 새끼를 낳으면 몰래 가져다 버리곤 하는데 쿠르트케는 그런 사람들의 눈을 피해 새끼를 키우려고 애를 쓴다. 숲속 나무 구멍에 새끼들을 숨겨 놓고, 주인이 찾으러 오자 잽싸게 피해 노간주나무 덤불 아래 숨어 살기도 한다. 그러나 바람과 냉기와 눈이 몰아치자 쿠르트케는 마지막 수단으로 눈을 헤치고 주인 베르트 아줌마를 찾아간다. 바람 때문에 일곱마리나 되는 새끼를 한꺼번에 옮기지 못하자 눈밭에 묻어놓고 한마리씩 물고 가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그 노력이 통한 때문인지 주인 베르트 아줌마는 결국 문을 열어 고양이들을 따뜻한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그제서야 쿠르트케는 "가르랑" 소리를 내며 행복에 겨워한다는 이야기다.

또다른 단편 '두 엄마'도 엄마의 사랑이 소재다. 앙숙 지간인 고양이 에스파뇰과 개 페키누아즈. 어느날 에스파뇰이 세마리 새끼를 낳는다. 사람들이 수술을 시켜서 새끼를 낳아본 적도 낳을 수도 없는 페키누아즈는 에스파뇰이 그득히 안고 있는 새끼가 여간 부러울 수 없다. 페키누아즈는 에스파뇰에게 사정해 새끼를 같이 돌보자는 약속을 받아내는데, 고양이의 어미 노릇이 쉽지만은 않다. 젖을 찾던 새끼들은 털만 북실북실한 배를 가진 개 엄마 때문에 화를 내고, 페키누아즈가 '야옹' 소리를 흉내내 본다는 것이 '멍멍' 소리를 내서 새끼들을 기겁하게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엉뚱한 개 엄마의 사랑이 어찌나 지극했던지 새끼들은 결국 고양이 엄마는 젖을 주고, 개 엄마는 사랑을 준다고 여기게 된다.

'내 생애의 아이들'의 헌신적인 선생님과 자식들에게 내리사랑을 쏟는 고양이와 개는 무척이나 닮았다. 루아는 여러 가지 색깔로 변주해내고 있지만 사랑의 '베풂'에 대해 평생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