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반영 50%' → '가급적 30%' 한발 물러선 교육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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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협의회 장호완 회장(左)이 6일 교육인적자원부의 입시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6일 낮 12시 서울대 교수회관 제1회의실.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단 11명 중 해외출장으로 불참한 2명을 빼고 9명이 참석해 정기 회의에 들어갔다. 교육부의 내신 확대 및 기회균등할당제에 대해 교수협 차원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1시간20분 동안의 회의를 마친 뒤 장호완 회장을 포함한 6명이 기자 브리핑을 자청했다. 이어 예상보다 강한 어조로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30% 가이드라인은) 탈헌법적 사고', '(기회균등할당제는) 아편 같은 제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관변.어용 단체화'라는 단어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대교협이 협상을 서두르다 보니 모호한 문구(내신 반영비율 30%)를 넣은 합의문이 나온 것 아니냐" "총장들의 협의체(대교협)가 대학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경고도 했다. 교육부를 겨냥, "행정.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은 비교육적 조치"라고 반발했다. 장 회장은 "오늘 (교육부 장관의 발표를 보니) 관료적 조절을 하려는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회균등할당제의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의도는 좋다고 생각한다. 적절히 활용하면 소외계층 학생들을 키울 수 있다. 가령 '개천에서 용 날 정도'의 활동을 보인 학생이라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정원 외 11%'다 해서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다. 대학의 자율성은 침해받고, 지방대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말하는 '사회적 수준에서 납득할 만한'이라는 말은 인기 영합의 극단을 보여준다." (장호완 회장)

-내신반영 비율 30%를 받아들일 수 있나.

"30%면 대학 교육이 발전하는가. 1, 2등급 만점이 특목고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은 합당하지 않다. 특목고 학생이 얼마나 되는가. 대다수 평범한 고교의 2등급 학생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생각은 왜 못하나. 교육부는 내신으로 줄을 세우면 안 된다고 한다. 수능으로 세우는 것은 괜찮은가."( 이준식 부회장)

-현 교육 정책의 문제는 뭔가.

"자동차들이 1차로만 달리는 것과 똑같다. 여러 차선을 달리다 빨리 가고 싶으면 추월할 수 있어야 한다. 느리게 가는 차는 상대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모두가 같은 속도로 1차로를 달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 (박효종 부회장)

이에 대해 김형준(공과대) 서울대 기획실장은 "학교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교협 회장인 이장무 총장은 일절 언급을 피했다. 이에 앞서 이 총장은 장 회장에게 "교육부가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했으니, 너무 강하게 말하진 말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인식 기자

◆ 서울대 교수협의회=서울대에 재직 중인 전임 교수 1800여 명의 모임. 1960년 교수들의 권익 보호와 친목 도모를 위해 시작됐다. 임기 2년의 회장은 교수 총회에서 선출한다. 학사 행정 및 학교 운영에 관한 공식 권한은 없으나 평교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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