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자식사랑 신세망친 부모들/대입부정 지도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장군의 명예 하루아침에 추락/구의원은 사퇴 압력에 시달려/기업체 감사 뒷거래로 쇠고랑/채점부정 부자가 함께 망신도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입시부정의 진상이 속속 밝혀지면서 검찰 고위간부·육군장성·교수·기업체 중역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연루돼 이름을 더럽히거나 신세를 망치게 됐다.
이들중에는 아들이 대리시험을 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빗나간 자식사랑으로 「대학합격증」을 돈주고 사려했거나 교수가 직접 자식의 시험답안지를 고쳐 부정입학시키려다 「패가망신」을 자초했다.
이번 입시부정 사건에서 「날벼락」을 맞은 첫 공직자는 모두 세차례나 대리시험을 친 노혁재군(21·구속·연세대 의예 1)의 아버지 노승행광주지검장(53)이다.
아들이 신훈식씨(33) 일당의 덫에 걸려 입시부정의 「행동대원」이 된데 도의적 책임을 지고 아들을 자수시킨뒤 3일 사표를 제출했다.
부정입학 착수금으로 5천만원을 주고 아들(19)을 광운대 경영학과에 부정입학시켜 8일 구속된 명혜화씨(46)의 남편인 육군 인사운영감 장성득소장(육사 22기)의 경우도 불운(?)하기는 마찬가지.
남편의 사회적 권위와 「장군의 아내」로서의 체면 유지가 「기강과 규율이 목숨」인 육군소장의 체면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한양대 안산캠퍼스 영문학과에 1억원을 들여 재수생 딸(19)을 「뒷문」으로 입학시킨 김경식씨(60)의 남편인 서울 관악구 의회의원 원하남씨(70)도 지역주민·구의회로부터 거센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
7천만원을 쓰고 아들(20)을 광운대 경영학과에 합격시킨 고려증권 연구소 감사 박홍정씨(48)는 한 기업의 자금관리 부정을 감시하는 입장인데도 자식의 대학 입학을 위해 「뒷거래」하다 쇠고랑을 차게 됐다.
교수가 자식의 시험답안지를 고쳐 채점하다 자체감사에 적발돼 아들의 앞길도 망치고 자신도 사표를 낸뒤 구속돼 부자가 함께 몰락한 경우도 있다.
인천대 영문학과에 지원한 아들(19)의 국사·국어 주관식 답안지 일곱문제를 고쳐 채점한 강성조교수(53·국사)는 공정해야 할 채점위원의 자리에서 사욕에 눈이 멀어 힘겹게 쌓아올린 학자로서의 명예를 스스로 포기해버린 경우.
또 순천대·명지대에서도 교수인 아버지가 자식의 답안지를 고쳐준 것으로 드러나 사직하는 등 빗나간 자식사랑 때문에 신세를 망치는 부모가 계속 늘고 있다.<김동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