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떠나 일그러진 얼굴에 연민"|「자립선교사」동남아 언청이 강신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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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자신을「자립선교사」라 부르는 강신원씨(50)는 동남아의 가난한 언청이 청소년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스마일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 자신 아직 독신이면서 물질적으로는 별로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는 지난 90년 이후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 언청이 청소년 70여 명을 범세계적 봉사단체인「700클럽」에 소개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덕수상고를 졸업한 이후 강원도 영월화력발전소, 사진업 등에 몸담기도 한 그가 이 같은 일에 손을 대게 된 계기는 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됐던 한 기독교 국제 선교대회에 개인자격으로 참석, 한 필리핀 친구를 사귀면서 비롯됐다는 것.
친구의 집을 방문한 강씨는 친구의 조카로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3중 언청이」청년을 대하고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기괴한 모습 때문에「코끼리」라 놀림을 받는 이 청년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 심한 열등의식과 정신이상증세를 보이기도 해 강씨는 강한 연민의 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젊어서부터 한국의 미8군부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익힌 영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했던 강씨는 필리핀 내 교회를 찾아다니면서 이 청년에게 도움을 줄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결국 외국인이 보인 성의에 감탄한 마닐라 유니온교회 목사가 그에게 마닐라시내에 지부가 있는「700클럽」을 소개해주었다는 것.
미국 버지니아에 본부를 둔 이 클럽은 후진국에서의 의료활동 등 전세계 40여 개국에서 봉사활동을 펴는 단체.
이 단체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강씨는 그간 3차례 1년여에 걸쳐 필리핀 곳곳을 돌며 딱한 처지에 있는 언청이 청소년들을 찾아내 연결해 주었고 말레이시아 청소년들에게도 기회를 주었다는 것.
필리핀에서 유괴범으로 몰려 고역을 치르기도 했다는 강씨는『나는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며 의학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나 불행한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작은 일들을 찾아서 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현재 청량리 부근의 아주기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씨는 일년에 두 차례 정도 실시되는 수술기간에 맞춰 이달 중 다시 필리핀을 방문할 계획이다.
생계지책으로 특별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그는 이 같은 일을 위해 신심이 두터운 교인들이 조금씩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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