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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맛들여 탈선한 사도/“브로커 역”교사 6명 주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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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신·홍씨 빼곤 모두 “신망 높은 선생님”/같은 학교서 맺은 악연으로 수렁에
이번 대학입시 부정사건은 현직 고교교사 6명이 입시범죄의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무너져버린 사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들 부정교사들은 경찰에서 『학부모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고 범행동기를 말했으나 그간의 행적조사 결과 「검은 돈」에 맛들인 범행이란 심증이 짙다.
특히 이중 5명은 모두 서울 대일외국어고 전·현직 교사들이어서 이들이 같은학교에 재직하면서 부정입학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있다.
대리시험사건 주범 신훈식씨(33·광문고국어교사)와 공범 홍정남씨(47·정릉여상 교감)는 입시부정을 주도한 뒤부터 교사직분에 걸맞지 않은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다.
신씨는 콩코드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1주일 평균 3∼4회 서울 평창동 모호텔의 사우나·도박장·나이트클럽에 드나들며 돈을 마구 뿌려대 사건이 나기 전까지 호텔 관계자들은 신씨를 「젊은 졸부」쯤으로 여겼을 정도다.
홍 교감은 시가 3억원대인 서울 동선동의 57평형 고급빌라에 살면서 동네에 70여평짜리 임대건물까지 갖고있어 정릉여상과 같은재단 소속인 서경대(구국제대) 학생들로부터 이전부터 『재단비리의 주역』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국민대 대리입시 사건으로 수배중임 김성수씨(38·대일외국어고 화학교사)와 광운대 입시부정에 연루된 이두산씨(53·강원고 교무주임)는 지금까지 교사로서 평판이 좋아 동료교사·제자들이 이번 사건에 놀라고 있다.
김씨는 91년말 우수모범교사로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으며 입시일이 임박해서는 매일 오후 10시까지 남아 학생들의 자율학습을 지도하는 등 열성이었다.
이씨도 85년 강동고 개교 이후 학교발전에 힘써 재단측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어왔으며 교무주임을 맡는동안 학부모들로부터는 「교육을 위해 매를 들줄 아는 교사」로 신망을 받아왔다는 것.
주범 신씨와 함께 쇠고랑을 찬 김원동씨(39·광문고 수학교사)는 특별한 역할 없이 「친구 잘못만나」인생을 망친 경우.
김씨는 전직장인 대일외국어고에서 신씨와 술친구로 잘 어울렸는데 광문고로 함께 전근하면서부터는 신씨와 호형호제하며 지내왔다.
광문고 동료교사들은 『두사람의 평소 관계로 미뤄볼때 김씨가 신씨와의 「악연」을 끊지못하는 바람에 범행에 가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 김성수·정인석씨 등 현직 대일외국어고교사 외에 신훈식·김원동씨는 8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홍정남씨는 84년부터 88년까지 역시 이 학교에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이들의 여죄는 경찰의 수사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이들을 따르던 학생들과 동료교사·학부모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긴 것만은 분명하다.<하철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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