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질 것은 따지는 통상정책 펴야(위기몰린 한국수출: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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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덤핑제소 당하면 너무 쉽게 수출포기/해외생산 늘리고 업계 공동대응 필요
무역장벽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정부·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우선 정부부터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는게 특징이다.
상공부의 고위관계자는 『국내시장 개방이 미흡했을 때는 우리가 수세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에는 수입자유화율이 98%에 이르는 등 시장개방이 거의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호주의」에 입각,값싼 외국수입품에 대해서는 덤핑관세를 부과하는 등 우리도 「따질 것은 따지는 통상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부 국내업계도 생산전략변경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가전업계의 경우 80년대중반 컬러TV·VCR 등이 미국·유럽공동체(EC)로부터 반덤핑제소를 당하자 삼성전자·금성사 등 주력업체들은 멕시코 등으로 수출상품 생산공장을 모두 이전,현재는 대미수출량 모두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미국의 경기침체에도 컬러TV의 대미수출량은 지난 90년 1억3천4백만달러에서 91년에는 1억4천8백만달러로 다소 늘었고 작년에는 8월말까지 9천8백만달러어치를 수출,타격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완구업계는 지난 91년부터 EC가 완구에 대한 안전·품질규격을 강화하자 자체검사규격을 만들어 대응하는 등 중소업계도 공동대응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0∼91년사이 미국에서 반덤핑판정을 당하자 플래스틱백 등 4개품목 생산업체가 전량 대미수출을 중단하는 등 아직도 국내업계의 대응책은 소극적이거나 뒤늦게 부산을 떠는 등 소홀한 경우가 적지 않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많은 한국업체들은 덤핑제소를 당하면 「수출액수에 비해 변호사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수출을 포기해 「한국업체는 덤핑제소하면 손든다」는 인식을 줘 다른 나라의 동종업계에서도 덤핑제소를 남발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반덤핑제관세에 대해서는 인식이 높아졌지만 품질규격이나 환경규제·통관강화 등 점점 좁혀들어오는 간접무역 장벽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업계의 인식이 낮은 편이다.
EC 등 선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ISO(국제표준화기구) 규정 품질기준인 9000시리즈의 경우 영국에서는 ISO9000인증을 받지 않으면 통관거부당할 정도이나 국내기업중 이를 받은 업체는 10여업체에 불과하다.
미 관세청은 오는 3월 통관절차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지만 국내업체들중에는 통관절차나 규정을 몰라 통관거부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작년 6월 내한한 미 식품의약국(FDA)의 브레이시 중소기업지원국장은 『지난 90년 FDA검사 불합격으로 통관거부당한 한국산제품은 총 8백12건으로 대부분 제품의 하자보다는 FDA규정 위반때문』이라며 『대미수출시 관련규정을 잘 알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미국·EC에서는 각종 환경보호관련 무역규제법안들이 생기고 있어 김승철 대한무역진흥공사 구주과장은 『업계는 수출시장의 새로운 수입규제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의 제프리 바우스 한국지사장은 이에 대해 『수출하기전에 현지의 동종업계 동향 등을 미리 알아 수출물량과 가격을 조절하는 등 미리 반덤핑제소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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