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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기업 오너 딸들의 돋보이는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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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창업주인 이윤재 회장의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장녀인 이 부사장을 사실상 지목한 것이다. 영문학·미술을 전공하고 1996년 회사에 합류한 이 대표는 최근 본격적인 경영 공부를 위해 성균관대 글로벌 스탠더드 비즈니스 MBA 과정에 입문했다. 그는 MBA 과정으로 미국 MIT 경영대학원에서 한 학기 동안 수학한 뒤 지난달 복귀했다. 이 대표는 “처음엔 전공과 관련된 디자인 업무만 맡으려 했는데 회사 일을 배우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겼다”며 “여성 특유의 의사소통 능력과 섬세함을 회사가 인정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너 2~3세 알파우먼들=재계에 ‘딸들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뒤를 이어 경영 일선에 참여한 오너 2~3세 여성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외 대학에서 인문학적 소양과 해외 체류 경험을 쌓은 뒤 회사에 합류한 경우가 많다.

 이미경 CJ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여성상(경영부문)을 수상했다. CJ엔터테인먼트와 CJ미디어를 이끌고 있다.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딸인 이화경(51) 오리온그룹 엔터테인먼트 총괄사장과 영화제작·극장·케이블TV 등의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는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성공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복지재단, 삼성전자 일본 본사 과장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장녀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는 디자인 전공을 살려 올해 초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을 열었을 때 광고·마케팅 업무를 도왔다. 대한항공 조현아 상무는 지난해 기내식으로 비빔국수를 올리자고 제안했다. 대한항공은 이 비빔국수로 국제기내식협회가 주는 ‘머큐리상’을 받았다.

 현대그룹 현정은(52)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U&I 전무도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정 전무가 속한 신생 IT서비스 업체 현대U&I는 지난해 420억원의 매출에 10%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 전무는 성격이 소탈해 직원들과 회식 자리도 자주 갖는다”며 “요즘은 현대그룹 이외의 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섬세함은 강점, 정보량은 부족=실력만 되면 누구든 좋은 기업을 이끌 수 있다는 인식이 재계에 확산하면서 오너 2~3세 여성 경영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10여 년 전부터 여성 전문직 종사자가 늘면서 여성의 사회활동이 탄력을 받은 것도 이들의 활동 범위를 넓혀주고 있다. 가톨릭대 김기찬 경영대학원장은 “여성 경영인 특유의 창의력과 섬세함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왔다”며 “1세대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여장부 스타일이었다면 2~3세들은 여성스러운 감성 경영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아직 재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 경영인들과 스스럼없는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종합과학대학원 윤은기 총장은 “여성 경영인들은 남성에 비해 사교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아 정보량이 달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섬세함과 부지런함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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