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불량 소비자 불만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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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 들어 본격적인 추위가 간헐적으로 계속되면서 보일러 작동불량에 따른 소비자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보일러고장으로 인한 소비자불만은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일시에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비해 영세한 규모가 대부분인 보일러업체에서 제공하는 애프터서비스 인력은 한정되어 있어 소비자들의 불편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올 들어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면서 26일까지 소비자보호원(원장 박필수)에 접수된 기름 및 가스보일러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요청건수는 1백84건으로 날씨가 비교적 따뜻했던 지난해 12월의 71건과 비교할 때 급격히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연맹(회장 정광모)의 경우도 올 들어 23일까지 1백35건의 보일러관계 피해구제 요청이 접수되었다.
이들 소비자단체에 접수되고 있는 소비자피해 유형은▲보일러 점화장치의 작동불량▲순환펌프의 이상▲보일러 작동 시 소음발생 등이다. 그러나 보일러시공업체와 제조·판매업체가 분리되어 있어 서로 책임을 전가하거나 업체의 애프터서비스 인력부족으로 제때 수리가 안돼 소비자들이 골탕먹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 기름보일러를 새로 설치한 최태수씨(43·서울 암사동)의 경우설치 직후부터 자동조절장치의 작동이 안돼 수동으로 점화해 사용하는 불편을 겪었는데 같은 하자가 계속 발생해 대리점을 통해 다섯 차례 수리를 받았으나 지난달 갑자기 새벽에 보일러가 꺼져 온 식구가 감기까지 걸려 소비자보호원에 피해구제를 요청한 사례-.올 연초에 보일러 제조회사에서 나온 애프터서비스 기사가 버너를 교환해 줘 보일러를 가까스로 고친 최씨는『보일러 업체들이 판매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판매한 보일러에 대한 사후 서비스에도 좀더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며 보일러업체의 엉성한 애프터서비스를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가스보일러가 설치되어 있는 다세대주택에 새로 입주한 노경순씨(27·서울신림동)의 경우는 처음 작동 때부터 점화불량이었다.
판매대리점의 애프터서비스에도 점화불량이 계속돼 본사에 수리를 요청해 두 달이 지난 이 달 초 보일러를 겨우 고쳤다. 노씨는 보일러가 갑자기 작동이 안 되는 가운데 기온이 급강하할 때마다 보일러 배관이 터질까 봐 불안했다고 한다. 그는 보일러 업체에서 나온 기사가 서울지역을 혼자 담당하고 있다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 KS 보일러 제조협의회 김선오 전무(61)는「보일러업계가 대부분 영세하며 애프터서비스 인력이 충분치 않은데다 보일러가 계절상품이라 소비자들의 사후서비스 요구가 겨울철 추울 때 일시에 몰리는 까닭에 신속한 수리나 보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김 전무는 또 보일러 기기 자체의 하자는 마땅히 제조업체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기름 보일러의 경우 유류 판매상에서 양을 늘리기 위해 이물질을 희석시켜 파는 연료를 사용하게 되면 분사노즐이 망가질 우려가 있으므로 신용 있는 회사제품을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또한 보일러 기기 바깥에 외장 되어 있는 순환펌프와 배관상의 하자는 시공 상 문제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보호원에서 보일러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피해 구제2과의 유석일 주임은『보일러는 난방기구라는 특수성 때문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수리가 필요하나 업체들의 사후서비스 인력이 부족해 문제가 크다』며『특히 현행 1년인 보일러의 품질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에 따르면 품질 보증기간 중에 동일 하자가 3회 이상 발생하면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소비자 분쟁 발생 시 보상요청의 근거제시를 위해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때는 수리 기사로부터 수리내용·교체부품 명 등을 품질보증서 뒷면 등에 받아 적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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