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의원 대법판결의 의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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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석재·이부영 두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결과는 국민의 법감정에 부응하는 것으로 본다. 그것은 두 의원에게 모두 유죄를 확정시킬 것이란 야당과 일반의 예상을 깬 판결이었다.
서 의원에 대한 유죄확정은 이론이 있을 수 없고 당사자도 승복을 선언했다. 김영삼 차기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이 엄정한 법의 심판으로 의원직을 잃게 됨으로써 오히려 그가 강조해온 엄정하고 예외없는 법운용의지를 과감히 실천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대법원판결이 특히 주목을 끌었던 것은 이 의원에 대한 재판이었는데 원심이 파기됨으로써 정치권은 문제해결의 시간을 얻게 됐고 사법부도 정치의 소용돌이에선 벗어나게 됐다. 대법원은 「오직 판결로써만 말하는」사법부의 전통을 깨고 극히 이례적으로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유인물을 따로 내 주목을 끌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그동안에 있었던 오해와 불신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대법원이 이런 이례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점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것이며 대법원의 유감에 대해선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전체가 경청하는 바 있어야 한다고 본다. 사법부에 대한 근거없는 의심이나 예단은 사법부에 대한 권위를 실추시켜 민주화와 사회정의의 확립을 오히려 해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으로서된 왜 그런 의심과 예단이 나오게 됐는지에 대해선 자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어떻든 이제 공은 입법부·정치권으로 넘어왔다. 이 의원에게 적용딘 국가보안법·집시법·노동쟁의조정법 등에 문제가 없었더라면 이번 판결이 정치적 주목을 받았을리 없다. 사법부를 또다시 곤경으로 몰아넣지 않으려면 정부와 국회는 이번 판결로 얻은 시간안에 법자체에 원천적으로 내재된 문제점을 시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은 단지 이 의원에 대한 노동쟁의조정법 적용이 부당하다는 것 뿐이다. 원심이 파기된 것은 이 의원이 네가지 범죄의 경합범관계에 있었기 때문이었을 뿐 국가보안법이나 집시법 위반부분에 대해선 유죄가 확정된 셈이다. 따라서 냉정히 보면 시간만 벌었을 뿐 문제는 남아있다.
이 의원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집시법은 야당뿐 아니라 학계와 법조계,심지어는 여당내에서도 개정의 대상으로 지적돼 온 것들이다. 국가보안법의 경우는 이미 지난 90년에 헌재가 한정합헌이란 곤혹스런 결정을 내려야 했을 정도다. 이제 새 정부도 들어서는 만큼 시대의 변화에 뒤떨어진 법들은 서둘러 개정작업을 벌여야 한다. 이번 대법원판결의 의미는 한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고 다른 한 의원이 의원직을 잃게된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에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을 정비할 시간을 주었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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