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간판 기업들이 휘청거린다/GM·IBM등 영업악화로 적자 허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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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의 내로라하는 제조업체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메이커인 GM과 컴퓨터 대명사 IBM,비행기용 프랫 앤드 휘트니엔진으로 유명한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사 등 이른바 미국의 자존심들이 모두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며 항공기 제조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보잉사도 영업악화로 대규모의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 초우량기업」인 IBM의 대변인은 『라이벌 애플사와의 합작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IBM 79년 역사상 최악인 49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이에 따라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올해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의 절반 이하인 54센트로 대폭 삭감하는 한편 존 에이커스회장겸 수석사장을 수석사장직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새사장을 물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보잉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91년보다 3분의 2가 줄어든 5억5천만달러에 그치자 정확한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대폭적인 감원과 함께 보잉 737과 747의 생산라인을 30% 이상 축소키로 했으며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사도 5억달러의 적자를 들어 곧 1만6백64명의 종업원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GM에 이로운 것이면 미국에도 이로운 것」이라던 GM사도 90년과 91년 2년동안 1백20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적자의 책임을 물어 지난해말 「궁정쿠데타」로 스템펠회장을 갈아치웠다.
「자이언트」 업체들이 이처럼 비틀거리고 경영진의 내홍을 겪는 것은 3년이상 계속된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도 크지만 지금까지 첨단기술을 앞세워 독점이윤을 누려온 컴퓨터·항공기 등의 분야에서 일본과 유럽의 거센 추격을 받아 미국업체들의 독점적 지위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조직이 굳어지면서 간접비용의 증가를 초래하는 이른바 대기업병과 냉전의 종식으로 군수부문의 수요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콧대 높았던 이들을 적자로 곤두박질하게 만든 중요한 이유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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