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쿠바式 무력봉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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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국의 대표적 매파들이 북한에 대해 쿠바식 전면봉쇄와 정권교체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펄과 데이비드 프럼이 1일(현지시간, 한국 시간 2일 오전) 발간한 '악의 종언(An End to Evil.사진)'에서다.

이들은 또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전복시켜야 하며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더 이상 동맹국으로 대우해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요컨대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강경책을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펄은 '신보수주의자(네오콘)의 정신적 대부로 불리는 유대인으로 1980년대 초 레이건 정부의 국방차관을 역임했으며, 부시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3월까지 국방정책자문위원회(Defence Policy Board)의장을 지냈다.

프럼은 부시의 연설문 담당자로 이른바 악의 축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언론인 출신으로 백악관을 물러나와서는 네오콘의 아성이며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강경노선을 치켜세우는 '정의로운 사람(The Right Man)'이란 베스트셀러를 펴내기도 했다.

이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이기기 위한 대안'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최근 테러와의 전쟁을 이기려는 부시 행정부의 전의(戰意)가 퇴색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이용한 강경책을 계속 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이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핵포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3단계 강공책을 제시했다. 1단계는 무력을 이용해 북한과 외부세계를 단절하는 쿠바식 봉쇄, 2단계는 한반도에서 공개적인 전쟁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군의 야포 사정권에서 벗어나도록 미군을 후방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단계는 이 같은 강공책과 함께 중국이 북한에 등을 돌리도록 유도하고, 그 결과 김정일 정권의 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결론이다.

저자들은 또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마저 근본주의적인 이슬람 사상을 확산시키기 위해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있음이 이미 드러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상을 공개하고 이들의 방종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적대시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를 분리해 내야 한다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유럽에 대해선 "미국의 영향력 행사를 방해하는 프랑스의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유럽 국가들에 미국과 프랑스 중 하나를 택하라고 압력을 넣어야 하며, 영국 등에는 미국 내 무기시장 참여폭을 넓혀주는 당근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또 "빈 라덴과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대량살상의 위협을 계속 도모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민을 보호할 준비가 덜 돼 있다"면서 정부 내 비둘기파들을 공격했다. 이들은 "외교관들은 국익보다 사교에 열중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온건파 콜린 파월 장관이 이끄는 국무부를 비판했다. 관료화된 정보기관과 변화를 거부하는 군 수뇌부도 테러와의 전쟁 태세가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의 지난해 12월 31일자는 책 출간을 예고하면서 "미국의 매파들이 올해 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를 준비하는 어젠다 세팅에 들어갔다"며 "이들의 과감한 주장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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