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스모에 첫 외국인 「요코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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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의 전통씨름인 스모에 최초로 외국인 요코즈나가 탄생했다.
일본신문들은 스모 최 고위직 요코즈나에 외국인이 등극한 사실을 25일자 1면 머리기사로 모두 보도하는 등 법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인들의 전통과 혼이 담겨져 있다는 스모의 최고영예인 요코즈나에 외국인이 앉게 돼 일본인들의 자존심이 크게 상했기 때문이다.
일본 스모 협회는 25일 요코즈나 심의협의회를 열고 93년 도 첫 대회(천황 컵 동경대회) 에서 우승한 하와이출신 아케보노(서·23·미국 명 차드로웬)를 요코즈나로 승진시키기로 결정했다. 일본 스모 협회는 이와 함께 일본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다카하나다(20)를 요코즈나 바로 아래 직급인 오제키로 승진시켰다. 다카하나다는 누드사진 집으로 유명한 탤런트 미야자와 리에와 약혼·파혼으로 화제를 뿌렸었다. 일본인들은 1m87cm·1백30kg의 미남 다카하나다가 리그전 마지막 날인 24일 2m7cm·2백12kg의 거한 아케보노를 넘어뜨리고 우승, 아케보노의 요코즈나 승진을 저지시켜 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다카하나다는 단 2초만에 나가떨어졌다.
이번 대회 때까지 일본 스모는 요코즈나가 없었다. 지난해 일본인 요코즈나가 성적부진· 노쇠를 이유로 모두 은퇴한 탓이다. 그후 이들을 이어줄 일본인 스모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오제키마저 아케보노·고니시키 등 하와이 출신들이 차지,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다카하나다의 오제키 승진과 아케보노의 요코즈나 승진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됐다. 지난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케보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요코즈나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고 세키와케인 다카하나다는 성적이 좋을 경우 오제키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3일까지의 경기에서 아케보노는 12승2패, 다카하나다는 11승3패로 24일 경기 결과에 따라 다카하나다가 우승할 가능성도 있어 경기장은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찼다. 다카하나다가 아케보노를 이기면 12승3패 동률이 돼 재경기로 우승을 가리게 되나 결과는 단2초만에 아케보노의 일방적 경기로 끝났다.
아케보노의 요코즈나 승진은 특히 미국 등 외국의 관심을 끌었다. 폐쇄적인 일본인들이 과연 외국인을 요코즈나에 앉힐 것이냐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동경=이석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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