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한국군·국민을 공격하기 위한 미사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발사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관련, “연료가 고체여서 발사와 이동이 신속한 첨단 미사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 미사일은 한국군과 한국 국민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설명이나 인식과는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발언이다.

 북한은 5월 이후 세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때마다 군 당국은 입을 다물었다. 군사기밀이라는 게 그 이유다. 공식 브리핑은 없이 ‘통상적 훈련의 일환’이라는 정도만 비공식적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벨 사령관의 발언은 한국 정부의 이런 입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한국 방위를 책임지는 미군 사령관이 북한 미사일의 연료가 어떤 종류인지, 그 목표가 어디인지를 소상하게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꿀 먹은 벙어리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상 그들의 미사일 개발이 어느 수준에 왔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결정적 요인이다. 벨 사령관도 “한반도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과 핵 능력의 결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사안을 놓고 한·미 간 군사 협조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미사일 발사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한국군은 ‘별것 아닌 것’으로, 미군은 ‘폭넓은 위협’으로 간주한다면 어떻게 안보가 보장될 수 있겠는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는 100여㎞라고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는 도달할 수 없다. 벨 사령관의 언급대로 바로 한국이 그 사거리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먼 산 쳐다보듯이’ 태평하게 대응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주변 국가들이 다 아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상황은 우리가 쉬쉬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이다. 대화와 안보는 별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선 눈을 부릅뜨고 대처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