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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처리 기술 없어 불가능한 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핵무기통제 위스콘신 프로젝트」보고서를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내용(93년 1월 10일)을 인용해 우리나라 각 언론에서 보도한「한국과 영국간 플루토늄 추출계약 체결 추진」내용을 보고 원자력외교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사실을 근거로 이러한 보고서가 작성되었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어 이를 해명하고자 한다.
플루토늄 추출이라는 것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연소 후 나온 핵연료를 화학공정을 거쳐 플루토늄과 다른 원소로 분리하는 것으로 재처리를 뜻하는 것이다.
이렇게 추출된 플루토늄은 순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핵연료 연소효율이 높은 고속증식로 등에 이용되거나 군사목적의 핵무기 제조원료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국제적인 관심과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고,「최근 일본의 플루토늄 해상수송」이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인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과연 플루토늄을 추출할 필요성이 있는지, 만일 필요하다면 추출할 수 있는 국제적 여건이 조성되어 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플루토늄의 평화이용은 고속증식로에 사용되는 핵연료 제조다. 그러나 현재의 저렴한 우라늄 및 농축가격을 감안할 때 고속증식로는 경제성이 없으며 2030년 정도가 되어야 상용화가 예상되는 원자로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고속증식로에 대해 아직 기초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우리나라로서는 플루토늄을 보유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50년대 초 원자력이용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원자력 평화이용정책」을 철저히 견지해 왔고, 이는 75년 핵무기 비 확산조약(NPT)에 가입해 지금까지 받아 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통해 이미 입증되었다.
또한 91년 11월 8일 대통령의「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선언」에서 한국은 재처리 및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을 것이며 핵무기의 제조·보유·저장·배비·사용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리의 원자력 평화이용 정책의지를 천명한바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원전에 사용되는 핵연료를 전량 미국·캐나다 등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간의 협정에 의해 공급국가의 사전 승인 없이는 핵연료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도, 제3국으로 이전할 수도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플루토늄 추출계약은 생각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즉 현 단계에서 플루토늄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무조건 플루토늄만 추출하겠다고 다른 나라와 계약한다는 것은 전혀 논리에 맞지 않으며 국제적인 현실에서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국과 영국간에는 91년 11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원자력협정을 체결한바 있다. 동 협정에는 수-냉 원자로·방사성폐기물·동위원소 등의 연구개발을 위해 정보교환·전문가교류 등을 통한 상호협력을 규정하고 있고, 92년 5월 런던에서 개최된 제1차 한영원자력협의회에서도 플루토늄 추출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협의된 바 없었다.
이문기<과학기술처 원자력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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