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상품품질 감시하는「파수꾼」|상품분석연구원 신세계백화점 임대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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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신세계 백화점 상품과학연구소 임대환 수석연구원(39)은 자신이 몸담은 직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그가 하는 일은 백화점에 입점 되는 고기·생선·젓갈 등 식품의 품질을 사전 점검해 문제가 있는 것은 아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도록 하는 것. 또 일단 진입에 성공한 것도 수시로 조사해 이상이 발생하면 폐기 처분토록 하는 일이다. 그런 탓인지 그의 별명은「신세계의 암행어사」.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려고 매장 판매원들이 한결같이 애쓰는 마당에 그가 늘 해야 하는 일은 문제를 들춰낸 후「문제가 있으니 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인 만큼 처음에는 업무에서 오는 갈등이 적지 않았다는 것.
상품에 대한 엄격한 감시업무를 위해 신세계가 이끌고 있는 상품과학연구소의 업무는 크게 식품분석과 섬유분석으로 나누어진다.
그의 일은 식품분석을 하는 9명의 연구원을 이끌고 백화점에 입점 되는 식품류를 대상으로 육안과 맛으로 하자를 가리는 관능검사, 제품의 산가, 조 지방·조 단백 성분 등을 조사하는 이 화학 검사, 농약 및 중금속검사를 포함한 유해물질 검사 등을 해내는 것이다.
백화점 중에서는 가장 많은 검사 장비를 갖추었다는 신세계 식품 분석 팀의 검사 대상이 되는 품목은 줄잡아 약 6천∼ 7천 개.
생선·채소·고기에서부터 젓갈·마른 멸치·과자에 이르기까지 신세계에서 판매되는 음식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치게 돼 있다.
대학에서 식품위생학을 전공한 후 84년부터 이곳에서 일해 온 임 연구원은 자신이 하는 일이『상품의 안전성·건전성·기능성을 확보해 소비자로부터 백화점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신뢰를 창출해 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초기에는 매장을 돌며 판매에 제동을 거는 자신의 일에 대한 중간관리자와 판매사원들의 부정적 인식이 많아 이를 변화시키는데 1년이 꼬박 걸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예 그에게 먼저 문제를 얘기하고 검사를 받는 것이 추후 더 큰 문제를 사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그의 사무실을 찾아오는 판매원들이 적지 않다고 그는 즐거워한다.
그가 위생을 중요시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앞서 충족시키기 위해 도입했던 아이디어는 오징어포·어묵 등의 포장판매. 그전까지는 산더미같이 쌓아 놓고 판매해 소비자가 맛을 보아 가며 살 수 있는 데다 가격도 싸 다는 인상을 주었었는데 포장 판매를 하자 처음 한 두 달간은 매출 량이 80%나 떨어지는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고 털어놓는다. 또 그는 젓갈 자동포장살균기도 개발해 냈고 포장지로「썩는 비닐」을 사용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신세계가 환경 운동에 동참하는 의식 있는 백화점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데 기여했다」고 자랑한다.
『일의 속성상 사물에 대한인식과 판단을 늘 부정적인 쪽으로부터 시작하는 버릇이 붙었다』며 웃는 그는 백화점에서 상품분석을 하는 일이『다양한 생산품을 조사·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좋은데 단지 깊이 파고 들 여유가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앞으로 유통업이 개방되면 백화점의 상품분석연구직이 상당한 인기직업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그의 연간소득은 약 2천5백 만원 정도.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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