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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양정 궁도회>|새벽에 당기는 시위 "무아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전통 무예인 궁도로 노년을 활기차게」.
주변이 아직 잠에서 채 깨어나지 않은 아침 7시, 전주시 중심가 다가 공원 안에 위치한 천양정은 희붐한 어둠 속에서도 활기가 넘친다.
대부분 고희를 넘긴 사원들이 활을 쏘기 위해 나이도 잊은 채 자전거·도보로 하나둘 모여들기 때문이다.
활터의 이름인 동시에 궁도회 이름이기도 한 천양정에는 70여명의 맹렬 회원들이 비오는 날만 빼곤 어김없이 출석하는데 이들의 직업도 화가·한의사·세무사·법무사·공무원 등 각양각색으로 원로회의를 방불케 한다.
전통 차 한잔으로 공복을 달랜 사원들은 발사대에 나란히 서서 1백45m 떨어진 과녁을 응시한 다음 힘차게 시위를 당긴다.
잠시 후「탁」하며 화살이 꽂히는 소리가 들리면 세상에 더 부러울 것이 없다는 표정을 짓고 다음 화살을 준비하는데 한사람이 출근하기 전까지 1시간동안 7순(1순은 5발)을 쏜다.
궁도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때 적중률이 높기 때문에 활을 잡게 되면 자연히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됨으로써 정신건강에 특히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온몸으로 버티고 서서 활을 쏘기 때문에 어느 운동 못지 않게 전신운동이 되며 특히 소화기 계통에 효험이 있다.
17년째 활을 잡고 있다는 이태영(72·법무사)씨는『궁도를 하기 전에는 세끼에 밥 한 그릇을 비우기 힘들 정도로 소화불량 증세를 보였으나 지금은 식욕이 왕성해 일할 맛이 절로 난다』고 궁도 예찬론을 편다.
천양정을 이끌고 있는 사두 김엄규(77)씨는『활을 쏘게 되면 예절바르게 되고 침착해져 젊은이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운동』이라고 권한다.
실제 천양정에서는 사원이 처음 오면 활 잡는 법은 물론 궁도 인이 지켜야 할 마음가짐을 개인지도 해주는 등 인격 도야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조선조 숙종38년(1712년)에 세워져 2백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천양정은 잘 가꿔진 1천여 평의 활터로 전국적으로 유명한데 젊은이들이 동참, 우리의 전통을 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전주=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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