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품절 소동/졸업·진학선물로 “불티”/불경기업계 “반짝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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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입학·졸업철 중·고생들의 졸업·합격선물로 개인용컴퓨터(PC)가 큰 인기를 모아 수요가 급증하면서 때아닌 품절소동까지 빚고 있다. 시중 대부분 컴퓨터 전문매장은 이달들어 하루에도 수십명씩 부모와 함께 PC를 사러온 학생들로 붐벼 그동안 불경기로 고전해오던 업계가 반짝 호황을 만났고 일부 제품은 내리막으로만 구르던 값이 오르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요즘 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종은 전문가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최상위 기종인 468급. 이 기종은 대학생활에 필요한 리포트 작성이나 자료처리 등 용도 외에도 빠른 처리속도 때문에 각종 그래픽 프로그램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전문영역까지 처리할 수 있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경우 이 기종은 대체로 지난해 여름에 비해 최근 두배이상 매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종전 1주일에 1∼2대꼴에서 하루 2∼3대꼴로 매상이 증가한 곳도 많다. 이러한 수요 폭발로 이 기종은 최근 모니터를 포함한 본체 가격이 대당 7만원 오른 1백8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주요 부품인 RAM(무작위 기억방식)의 경우 메가당 2만2천원에서 3만1천원으로 한달전에 비해 50% 가량 오른 가격에도 서너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일부 판매상에선 PC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최상위 기종보다 286급 등 비교적 간단한 기종을 권유하고 있고 선택품목인 프린터 모뎀뮤직카드 등을 한거번에 구입하기 보다 나중에 필요할때 사도록 코치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학생들은 마치 최상위 기종을 사지 않으면 남보다 뒤떨어지는 양 이 기종만 찾고있어 품귀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어머니와 함께 용산전자상가를 찾은 서모군(15·오금중 3)은 『요즘 컴퓨터를 모르면 바보취급당한다』며 『이왕이면 좋은 기종으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컴퓨터가 단순한 오락용이 아닌 필수품이 되고 있는 컴퓨터 신세대 등장으로 졸업·입학선물의 주종이 종전 양복·오디오기기에서 고성능 컴퓨터로 바뀌고 있는 사실이 실감되고 있는 것이다.<홍혜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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