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북, 지방 학력 큰 차이 학생 어떻게 뽑으란 말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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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08학년도) 대입은 점수 표시 없이 등급(1~9등급)만 매기는 수능과 상대평가의 내신(학생부) 9등급이 처음 적용된다. 교육부는 2004년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내신 뻥튀기가 사라져 내신이 좋은 학생이 실제 실력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신 성적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뀌어 내신과 수능 성적의 상관관계가 높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중앙일보와 청솔학원이 올해 첫 수능 모의평가 결과와 내신 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교육부 장담과는 달리 학교 간 실력 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서울 A외국어고는 전체 280명 중 절반이 세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았다. 서울 강남 S고는 493명 중 30명, 강북 S고는 460명 중 3명만이 1등급을 받았다. 학교마다 내신은 1~9등급을 같은 비율로 받게 되지만 수능 기준 실력 차는 현격했다. 청솔학원 오종운 평가연구소장은 "특목고와 일반고 간, 강남북 고교 간의 실력 차는 예상보다도 컸다"고 평가했다.

◆내신 50% 높이면 우수학생 못 뽑는다=내신 성적과 모의 수능 평가 결과는 고교별로 큰 차이가 났다. 서울 외국어고는 모의 평가 결과 언어.수리.외국어와 탐구영역(3과목 기준)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7명의 내신 성적이 2.9~5.4등급이었다.

우수 학생이 몰려 내신 성적이 평균 1, 2등급인 학생이 사실상 아예 없는 것이다. 모든 과목에서 고루 높은 성적을 받기가 어려워서다. 반면 서울 일반고나 지방 학생들은 내신이 좋아도 반드시 수능 점수가 높게 나오지 않았다.

서울 A외고 3학년 김모군은 "수능에서 1등급 받고 내신에서 6등급 받은 특목고생은 어쩌란 말이냐"며 "내신을 50%까지 높이면 특목고생은 대학에 가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부 황인철 대학국장은 "내신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 간 차별 없이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상위권 대학의 내신 실질 반영률은 대부분 10%를 밑돌았다. 따라서 교육부 방침대로 실질 반영률을 50%까지 높이면 수능과 논술의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학교 간 실력 차이를 무시한 내신 반영률을 무조건 높일 수는 없다"며 반기를 든 것이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실질반영 비율을 50%까지 높이면 수능과 논술로 역전할 기회가 사실상 없어진다"며 "내신만으로는 우수 학생을 뽑기 힘들었다"고 비난했다. 인하대 박제남 입학처장은 "지금 와서 입시 틀을 다 뜯어고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대학 자율에 맡기라"고 주장했다.

◆학교별 성적 공개가 변수=학교별 수능 성적이 공개되면 내신 50% 확대 적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교육부는 "3불(본고사.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정책의 한 축인 고교등급제가 깨진다"며 성적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

수능성적 비공개 원칙을 강조하던 교육부도 곤란한 지경이다. 4월 27일 서울고법이 "교육부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원 데이터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공개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내년 5월부터 시행 예정인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안'도 교육부로서는 골칫거리다. 4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초.중.고교생의 성적과 학력 정보를 매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의 한 특목고 교장은 "언제까지 학교 간 실력 차이를 감추고 불이익을 주려느냐"고 말했다. 인천대 조전혁 교수는 "정부가 획일적인 평준화에만 집착하지 말고 정보 공개를 통해 학교와 교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영유.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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