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장서 활개치는 기획부동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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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24면

“XX개발은 양평군 일대 소액 재테크에 알맞은 토지 30필지를 선착순 공개 매각한다. 경기도 양평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되고 제2영동고속도로, 중앙선 복선전철 등 경기도 내에서 개발호재가 많아 지가가 크게 오르는 곳이다. 평당 4만~8만원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하고 200~500평 단위로 분할돼 있어 소액(200평 기준 800만~1600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다.”
 
최근 인터넷에 오른 토지 분양의 광고 문안이다. 전원주택을 짓고 싶은 사람이나 소액 땅 투자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마련이다. 이 땅은 확인해본 결과 아직 분할이 돼 있지 않았다.
 
한동안 자취를 감춘 기획부동산이 다시 활개치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큰 땅을 여러 필지로 쪼개 파는 업체다. 인터넷ㆍ텔레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은 뒤 쪼갠 땅을 팔아치운다. 정부는 기획부동산의 쪼개 팔기 수법에 넘어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지난해 3월 23일부터 비도시지역(관리지역ㆍ농림지역ㆍ자연환경보전지역)에 대해서도 도시지역 내 녹지지역처럼 토지분할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획부동산 업자들도 활동을 중단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강원도 평창ㆍ홍천ㆍ철원, 경기도 파주ㆍ가평ㆍ양평ㆍ연천ㆍ포천, 서해안 도서지방 등을 중심으로 기획부동산들이 ‘작업’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 분할이 어려워지면서 요즘 유행하는 수법은 지분등기다. 등기부상 ‘1만분의 600’ 등으로 표기된다. 멋대로 그린 이른바 ‘가분할’ 도면에 지분 등기한 땅이 표시돼 있지만 실제 분할까지 받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획부동산 입장에서는 “돈을 받고 지분등기까지 해줬으니 책임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 수 있다. 기획부동산들은 “2~3개월이면 공유토지분할소송을 내는 방식으로 분할해 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분할이 되더라도 기획부동산이 파는 땅은 대부분 개발행위가 제한된 규제 지역에 있는 경우다. 개발이 어려운 농림지역을 관리지역이라고 속이거나, 실제 관리지역이더라도 세분화할 경우 개발이 쉬운 계획관리지역에 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땅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획부동산에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쪼개 파는 땅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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