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에 정치인 초대 눈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집권여당의 대변인,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야당의 당수가 TV토크쇼에 출연해 진행 자와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정치인을 흉내내거나 국회를 희화화한 코미디 프로들은 적지 않게 있었으나 정치인이 직접 출연해 유머를 던지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만큼 지금까지 정치권은 대중문화에 대해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고수해 왔다. 이런 가운데 SBS-TV가『자니 윤 쇼』의 후속프로로 3일 첫 방송한 『주병진 쇼』는 민자당 박희태 대변인을 출연시킨 데 이어 10일 밤에 방송되는 2회에서도 박찬종 신정당 대표를 초대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박희태 민자당 대변인은 정치적인 홍보성 발언을 하지 않고 진행자 주병진의 농도 짙은 정치풍자에 재치 있는 유머로 장단을 맞추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10일 밤에 출연하는 박찬종 대표와의 대담도「부부 싸움을 주제로 한 즉석 연설」「고교 때 성적표 공개」「눈물 흘린 기억」「자녀들과 세대차이를 느낄 때」등과 같은 일상적인 소재로 꾸며지며 박대표의 노래실력도 보여주게 된다.
방송가에서는 정치인을 출연시켜 정치권과 대중사이에 놓여 있던 높은 권위주위의 벽을 허물어 뜨려 보려는『주병진 쇼』의 기획의도를 일단「대담하고 참신한 시도」로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 간접적인 정치선전의 장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주병진 쇼』를 기획한 장동욱 프로듀서는『정치인이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정당을 홍보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정치인이 TV에 출연해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유머를 구사하는 등 좀 더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면 그것 자체는 군림하는 정치에서 향유하는 정치로 정치문화가 진일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주병진 쇼』는『자니 윤 쇼』가 주로 연예인이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초대한 것과 달리 정치·경제·학술·문화예술 등 사회 각분야에서 화제가 되는 시사성 있는 인물들을 초대하는 시사 토크쇼로 꾸며지며 방송시간은『자니 윤 쇼』와 같은 토·일요일 밤10시 55분이다. <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