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언어구사 견곤한 바탕 엿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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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금년에는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응모작과 수준 높은 습작품들이 있어 신문사 측과 심사의원들을 고무시켰다. 최종심에까지 오른 작품은 『가족』(김대형), 『안경 고르는 법』(박은령), 『섬』(오애도), 『아는 이가 찾아오다』(서진아) 등 4편이었다.
이중 부모자식, 특히 형제간의 갈등을 다룬 『가족』은 극적 긴장과 탄탄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불륜을 통속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제외되었고, 『안경 고르는 법』은 노처녀의 심려를 매우 기발하면서도 섬세하게 다룬 장점에도 불구하고 테제드라마의 형식이어서 탈락되었다.
『섬』도 당선작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상황설정과 현대인의 소외·좌절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결정적 약점은 개연성 결여였다. 가령 여주인공이 사놓은 복권이 우연히 들어맞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이 작가는 다시 한번 도전했으면 좋겠다. 결국 주제는 약하지만 극적으로 짜임새 있고 세련된 언어구사와 젊은이들의 이성심리를 명징하게 묘사한 서진아의 『아는 이가 찾아오다』가 당선작으로 뽑혔다. 이 작품의 결점은 강렬함의 부족인데 그것은 아무래도 체험이 뒷받침 안된 여성작가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는 견고한 문학수업과 무대에 대한 깊은 극적 관찰이 보이기 때문에 이 작가에게는 앞으로 기대를 걸어도 될 것 같다.

<심사위원: 유민영 윤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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