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설비투자/실세금리 하향안정 급하다(새정부 경제과제: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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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기보증」 확대·돈흐름 왜곡 바로잡아야/회사채 발행 규제완화·세제지원 바람직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1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는 성장잠재력을 키우는데 빨간 불이 켜진 것이어서 새 정부에 큰 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이 2천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2년중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근래없던 전년대비 11.8%의 감소율을 보였다. 88년에서 91년사이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12∼26%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했었다.
또 지난해 11월말 상공부가 79개 대형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도 92년 설비투자는 91년보다 5.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92년 연초계획보다 투자를 12%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마인드가 찬물을 뒤집어 쓴듯 식어버린 것이다.
산업연구원 등은 그 원인이 ▲내수경기 둔화 및 경기전망 불투명 ▲고금리로 인한 기업의 금융비용 증가(92년 상반기중 금융비용부담률 6.2%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상승) ▲주식 및 회사채발행규제로 인한 기업자금 조달난 등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석유화학과 철강의 대규모 투자 마무리 ▲해외투자의 급증(92년 42% 증가)에도 원인이 있다.
전경련 등 업계는 특히 경제안정을 위한 총수요관리정책이 지나쳐 경기침체를 가져왔다고 비난하고 있다.
올해의 기상도 역시 그다지 푸르지 않다. 설비투자가 마이너스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완만한 회복세라는 전망도 있지만 20%대였던 최근 몇년간의 신장세에는 훨씬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산업은행은 제조업의 올해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1.5%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있다. 전경련은 지난해 11월 올해 제조업 설비투자가 9.8%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가 대선후에는 약간의 회복세일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제일 희망적인 상공부의 전망도 8.5%(제조업)의 회복세이며 전산업(전제조업은 계속 증가세임)을 대상으로 전망치를 내놓은 산업연구원은 7∼8%,한은은 4.5%,한국개발연구원은 5%의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그룹비서실 유석렬이사는 『올해 금리가 다소 내리겠지만 고금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외채의 경우는 금리·차입여건이 92년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여 기업입장에서 투자를 크게 확대하기는 어려운 해』라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를 의식,지난해 10월20일 설비투자 촉진대책을 내놓았고 그 약효가 올해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내용은 올해말까지 외화표시 국산기계구입자금 1조원,수출산업 설비자금 1조원,올 상반기중 외화대출 30억달러 지원,투자때 자구노력의무 완화,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의 적용확대 등이다. 새 정부의 경기진작책,세계경기의 회복세,시중 실세금리의 하락,건축규제완화 등도 올해의 투자에 힘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계획됐던 설비금융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데서 나타나듯 지원자금 규모의 확대가 개별기업에 실제 어느정도 혜택을 줄지는 미지수다. 특히 중소기업은 신용보증이 확대되지 않는 한 담보요구의 벽에 부닥쳐 「그림의 떡」이 되고말 공산이 커 새 정부가 신경써야할 대목이다.
또 비제조업으로 흐르는 자금을 제조업으로 돌리기 위한 금융·세제정책도 새정부의 몫이다.
90년이후 제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산업평균보다 2∼5%포인트씩 밑돈 반면 제조업은 매년 34%정도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박훈 연구원은 『투자회복을 위해 실세금리의 하향안정 유도와 회사채발행 규제완화,새 정부 경제정책기조의 조기확정 등이 요청된다』고 말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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