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불장난」조기차단/미,대이라크 최후통첩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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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권교체기 틈탄 도전 강력대응/기지공습 검토… 확전 가능성도
지난해 12월27일 이라크 남부 비행금지 구역에서 미군 전투기가 이라크 전투기 1대를 격추한 이래 이라크는 계속 전투기를 침투시키는 등 도발을 계속하는 한편 최근에는 비행금지구역 인근에 대공미사일 포대를 배치,비행금지 구역을 초계하는 미·영·프랑스 다국적군 전투기를 추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라크에 48시간내 미사일 철수를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전달하고 이라크측이 불응할 경우 미사일 포대를 파괴하거나 공군기지 및 전투기를 공격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라크가 최근 비행금지 구역에 대한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정권교체기를 맞은 미국의 의지를 실험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걸프전 패배 이후 유엔에 의한 핵무기·화학무기 사찰,쿠웨이트와의 국경재조정,남부와 북부지역의 비행금지구역 설치 등 승전국들에 의한 주권제한 조치를 받아 왔다. 특히 지난해 8월 다국적군에 의해 설치된 남부 비행금지 구역은 반정부 시아파 회교도 보호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건 것이었으며 이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정부를 고사시키려는 미국 등의 의도를 짙게 반영한 것이었다.
후세인정부는 다국적군에 의한 주권 제한조치에 기회있을 때마다 가능한 최대로 저항해왔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 사이에 애국심을 불러일으켜 정권을 유지,강화하는 방편으로 삼은 것이다. 지난해 계속된 핵무기·화학무기 사찰단에 대해 여러차례 협조하기를 거부하고 이들을 감금하기까지 한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비행금지 구역을 둘러싸고 이라크가 야기하고 있는 긴장고조는 이같은 의도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으로 보이지만 다국적군과의 군사적 맞대결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6일 창군기념일을 맞아 이라크 군대가 걸프전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군대로 자라났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알리 하산 알 마지드국방장관은 이라크군이 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남부와 북부지역을 「해방」할 태세가 되어있다고 천명,정전협정으로 잃은 실지회복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후세인은 걸프전 패배후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기미가 있는 정치인·군인들을 무수히 숙청하고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군사력 정비와 권력안정을 이룬 후세인이 미국의 정권교체기를 맞아 전쟁패배 이후 걸프지역에서 크게 위축된 이라크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첫 모험」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 등 다국적군은 이라크측의 이같은 의도를 초기에 차단하고 오히려 후세인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강력히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은 이라크측이 최후통첩을 지키지 않을 경우 대응책으로 미사일 포대에 대한 직접공격을 넘어 공군기지와 이라크 보유전투기들을 대부분 파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작전에는 걸프전때 정확한 공격력으로 이름을 날린 토마호크미사일을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이라크측의 도발은 철저히 응징한다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부시행정부의 이같은 의지에 대해 빌 클린턴 당선자도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걸프지역에 지상군 1만7천명과 키티호크 항공모함,3척의 순양함,2척의 구축함,전투기 2백여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이같은 병력은 이라크의 도발을 초기에 응징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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