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육질따라 4등급 분류 돼지고기값 편차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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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다음달 1일부터는 돼지고기도 쇠고기처럼 등급별로 골라 살 수 있게 된다. 농림부와 축산물등급판정소가 돼지고기 육질 등급 판정제도(육질등급제)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돼지고기는 규격과 등 부위의 지방 두께, 외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ㆍBㆍCㆍD의 육량 등급으로만 구분해 왔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1+와 1ㆍ2ㆍ3의 네 가지 육질 등급으로 구분해 소비자들이 보기 쉽게 표시한다. 다음은 돼지고기 육질 등급제에 관한 일문일답.

Q. 돼지고기 육질등급제는 무엇이고 왜 시행하나.

A. 말 그대로 고기의 질에 따라 등급을 나눠 소비자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다. 기존의 육량 등급에선 돼지가 얼마나 규격에 맞게 자랐느냐를 중점적으로 봤기 때문에 육질이 뛰어나도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돼지는 낮은 등급으로 판정받았다. 몸집이 외국산에 비해 작은 토종 흑돼지는 육질에 비해 낮은 등급을 받는 경향이 있었다. 정부부처와 양돈농가들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국산 돼지고기의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겠다는 취지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수입 돼지고기가 국산으로 둔갑해 팔리는 것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등급을 매기는 기준은 고기의 근육 안의 지방 분포도와 색깔ㆍ지방색 및 조직감 등이다. 살코기 색깔이 연분홍색일수록, 지방은 희고 탄력이 있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다. 희거나 검붉은 색의 살코기, 누런 색을 띠는 지방이나 물컹한 살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Q. 등급에 따라 가격은 어떻게 변할까.

A. 현재 대형 할인점에서는 국내산 돼지고기 삼겹살이 100g에 1500원 정도, 앞다리 살은 100g에 700~900원에 팔린다. 앞으로 소비자가 등급을 확인하고 고기를 고르게 되면 등급별 가격이 차등화하면서 가격 편차가 커질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 등급인 1+급을 받은 고기는 수요가 몰리면서 20% 정도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3급을 받은 고기는 평균 20~30%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유통업계는 전망했다.

Q. 수입 돼지고기에도 육질등급이 표시되어 있나.

A. 돼지고기의 육질을 따져 등급을 표시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국내 수입 돼지고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산 돼지고기의 경우 미국에서 육량과 육질을 함께 고려해 1 ㆍ2 ㆍ3ㆍ 4급과 유틸리티 등급으로 나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유통될 때는 이것이 표기되지 않는다.

Q. 육질 등급이 높은 고기가 무조건 맛있나.

A. 육질등급이 높은 고기는 맛있을 가능성이 크다. 살코기가 흰색을 많이 띄면 요리했을 때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 퍽퍽해진다. 지방이 누렇고 물컹거릴수록 돼지 특유의 누린내가 난다. 등급이 높은 고기는 탄력이 있으면서도 냄새가 적고 질기지 않다.
하지만 고기의 등급보다 중요한 것은 요리에 맞는 부위를 고르는 것이다. 굳이 최고 등급의 인기 부위를 쓸 필요가 없는 요리라면 저렴한 가격으로도 충분히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이용으로는 삼겹살ㆍ목살처럼 지방을 많이 함유한 부위가 좋지만, 보쌈처럼 삶거나 커틀릿처럼 튀기는 조리법에는 안심ㆍ등심 부위가 적당하다. 기름을 둘러 요리할 때는 고급육만 고집할 필요없이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의 살코기를 사도 괜찮다. 제육볶음처럼 양념을 넣고 볶는 요리는 저렴한 다리살도 무난하다.

임미진 기자

◇도움말 주신분=손재현 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 과장, 이병석 대한양돈협회 과장, 최규진 축산물등급판정소 규격개발팀장, 김영빈 가정요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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