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투자자 - 국가 소송제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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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미 FTA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적하는 조항이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관한 부분입니다. ISD가 도입되면 미국 투자자들의 소송이 이어지면서 국내 경제 정책이 무력화될 것이란 이유입니다.

ISD란 외국에 투자한 투자자의 사유재산이 투자 유치국의 부당한 차별대우로 피해를 볼 경우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랍니다. 예를 들어 미국 회사가 한국에 투자했다 손해를 봤다면 한국 정부 정책이 미국 회사를 차별해 손해를 입혔다며 미국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다는 식이지요.

반대론자들은 미국이 법률 강국이라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각종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에 대해 미국이 사사건건 국제중재를 신청할 것이고, 이 경우 국내 소송 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예를 보면 이 지역에서 제기된 총 39건의 ISD 중 미국 투자자가 제소한 경우가 24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ISD가 미국 투자자들만 지나치게 보호하는 제도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기우라는 입장입니다. ISD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이 두 나라 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환경보호 및 국민건강보호를 위한 조치는 아예 ISD 대상이 되지 않고 부동산.조세정책도 제한 규정을 두어 소송 남발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했다는 것입니다.

ISD 제도는 최근 투자자들이 맘 놓고 외국에 투자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항으로 인식돼 대부분의 FTA에서도 이 규정이 포함되고 있답니다. 한국도 이미 70여 개국과 체결한 투자보장협정을 비롯, 싱가포르.칠레와의 FTA에서 이 규정을 뒀답니다. 세계화를 지향한다면 이런 조항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는 이에 대비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또 하나 ISD는 상호주의가 적용됩니다. 즉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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