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단위 "도서관: 많이 짓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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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 구에는 도서관 하나 없다.
도서관이란 도서만을 쌓아놓는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 문화의 중심기능을 담당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에서 도서관은 명실상부하게 지역문화, 그리고 국가 전체의 문화적 센터로서의 기능을 충분치 발휘하고 있다.
가장 중심가에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중앙도서관이 있으며 각 지역에 출퇴근 때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마을도서관이 있다. 그리고 도서뿐만 아니라 비디오나 테이프, 컴퓨터 디스켓까지 이용하고 빌려 볼 수 있다. 또한 주부들도 이용하게끔 유아를 맡길 수 있는 장소까지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떤가.
도서관은 마을은커녕 구에도 없는 경우가 더 많고, 있다 해도 지역 주민과는 동떨어져 있다. 거의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독서실」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장서량도 현격하게 부족하며 그나마 최근 서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국립 중앙도서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5천년 문화민족을 자랑하고 선진 조국 창조를 바랄 수 있을까.
몇몇 도서관에서는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많은 도서관 직원들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도서관 문제는 개개의 도서관에 한정될 수 없으며 오직 국가 차원의 문화정책에 의해서만 그 획기적인 개선책이 찾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도서관이 많이 지어져야 하며 시설 역시 확충되고, 지역 주민을 위한 제반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도서관을 지역 문화창달의 중심지로 파악하고 이를 문화 정책의 중심적 과제로 삼는 정부 정책이 절실하다. 【오근석<서울 은평구 불광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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