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 “남은건 승복과 화합”/투표하던 날 후보들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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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일은 기쁜 마음으로 만납시다”김영삼/“국민 성숙·현명… 패북 생각 안해”김대중/“과반 압승 자신” 제일 먼저 투표 정주영/“기권하지 말자”박찬종/“민중은 승리”백기완
대통령후보 7명은 28일간의 길고 험한 선거운동을 마치고 18일 오전 각기 거주지 투표소에서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한 표를 찍었다.
○투표후 통일동산 방문
○…김영삼민자당후보는 평상시처럼 오전 5시15분에 일어나 4㎞쯤 뛴후 7시40분쯤 서울 상도1동 동사무소에서 부인 손명순여사와 함께 투표.
동네 조깅친구 30여명에게 『내일은 기쁜 마음으로 만나도록 합시다』며 승리를 다짐한 김 후보는 최창윤비서실장과 투표장으로 걸어가 투표한후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을 때는 사진기자들을 위해 여러차례 포즈.
김 후보는 또 이들의 요청에 따라 투표소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포즈를 취해주면서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오전 10시쯤 집을 출발,자유로를 거쳐 통일동산을 둘러보고 오후엔 자택에서 휴식.
김 후보는 자택에서 이날 3백여m 떨어진 투표장으로 출발하기 직전 수많은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산에 있는 부친 김홍조옹에게 전화로 아침인사를 하면서 『아버지,염려마세요. 저도 최선을 다했어요. 어제도 저녁 늦게까지 명동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번에 여한없이 했습니다. 오늘은 겸허하게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겠습니다』고 심경을 피력.
김 후보는 통화중 시종 웃음을 띠었으나 부분부분 긴장감이 남아있는 기색이었는데 김 옹은 『잘될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고 김 후보가 소개.
○“여섯 후보 선전에 경의”
○…김대중민주당후보는 오전 8시30분 동교동 자택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마포 어린이 집」에 마련된 투표소에 도착,부인 이희호여사와 나란히 투표.
김 후보는 투표후 『우리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과열 없는 조용한 선거가 되도록 해 전례없이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었다』며 『지금까지 표시된 국민들의 동향을 볼때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 자리를 빌려 선전분투한 나머지 여섯분 후보에게도 경의를 표한다』면서 『나 자신도 당 관계자와 함께 최선을 다했으며 아무런 후회되는 점이 없다』고 심경을 토로.
그는 『국민의 현명한 판단과 응집된 생각은 이번에는 바꿔보자는 것』이라면서 『모든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가해 자신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해주기 바란다』고 당부.
김 후보는 『낙선하면 정계를 은퇴할 것이냐』는 한 외신기자 질문에 『낙선 후의 거취는 생각해본 일도 없으며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답변.
이에 앞서 자택에서 홍일·홍업·홍걸씨 등 세아들,며느리들,손자·손녀들과 함께 식사를 끝낸뒤 김 후보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거운동이 끝나 홀가분하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은 그동안 밀린 잠이나 충분히 자고싶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김 후보는 버스편으로 곧바로 경기도 파주군 문하리 오두산 제2통일전망대에 들렀다.
○“국정 준비팀 구성 착수”
○…정주영국민당후보는 오전 7시 서울 청운국교에 마련된 청운동 제2투표소에 입장,첫번째로 투표.
오전 6시55분쯤 이인원특보와 함께 자택을 나선 정 후보는 3백여m쯤 떨어진 투표소에 세번째로 입장했으나 먼저 온 주민들의 양보로 제일 먼저 투표.
정 후보는 투표를 마친뒤 『전국 유세를 통해 국민들의 열렬한 성원을 확인했다』며 『과반수 이상의 압도적 지지로 압승할 것』이라고 장담. 정 후보는 『어제 국내외의 비공식 여론조사 결과 모두 압승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아 안도와 기대속에 간밤을 푹 쉬었다』면서 『내일부터 당장 경제부흥 등 국정을 수행해나갈 준비팀 구성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관권개입으로 고초를 겪었으나 국민들의 열망에 감명받았다』고 유세과정을 회고하고 『난국에 처해 지혜와 슬기로 극복했던 국민들의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투표함 앞에서 가족사진
○…박찬종 신정당후보는 오전 7시15분쯤 모친 정현수씨(79),부인 정기호여사,은혜·주혜·원곤씨 등 1남2녀와 함께 서울 서초갑 제1투표소에서 투표.
유세기간 입던 바바리 차림의 박 후보는 투표를 마친뒤 『세대교체를 이룰 사람을 찍었다』며 가족들과 투표함 앞에서 기념촬영. 박 후보는 『유권자들이 밤새 정확한 선택을 위한 고민을 하고 나왔을 것』이라며 『표의 집단이탈을 막기 위해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
○백범·장준하 묘소 참배
○…검정색 한복차림의 백기완후보는 오전 7시10분쯤 부인 김정숙여사,둘째딸 미담씨와 함께 서울 진관외동 기자촌 교회에 마련된 진관외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
백 후보는 『오늘은 민중후보 승리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앞으로 이 나라를 지도할 수 있는 세력은 민중의 지지를 받는 사람들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 후보는 이어 백범 김구선생과 장준하선생 묘소를 차례로 참배.<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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