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대선결과 대응에 촉각/정보팀 풀가동 여론흐름 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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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민자 기업 정치참여 봉쇄/민주 중소기업 지원 우선/국민 재벌해체론 내세워/“정국 흔들리면 경제영향”벌써부터 걱정
대통령선거 결과 여하에 민감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재계는 부산기관장 회식사건의 여파 등 최종 변수 때문에 막판선거 판세가 혼미하다고 분석하고 누가 당선되더라도 압도적인 승리는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 정국의 불안정이 계속되고 강도 높은 재벌 견제정책이 취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계입장」공식전달
○…재계는 정주영씨 현대그룹 동원 및 김우중대우회장의 정치참여 파동으로 차기정부가 상당한 강도의 「재벌견제」정책을 펼 것으로 보고있다.
민자당이 집권하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표현대로 대기업의 정치참여를 막기위한 제도적 장치가 도입될 것이고 민주당 집권시에는 성장보다 형평,중소기업 우선정책으로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고있다.
국민당 정 후보도 「재벌해체」를 내세우고 있어 『누가 당선돼도 큰 바람이 불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재계는 당선자별 대응 시나리오를 짜는데 힘을 쏟고있다.
전경련은 선거 결과에 따라 내년 2월의 차기회장 선임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마지막 판세를 주시하고 있으며 선거결과가 나오는 19일에는 당선자에게 「차기정부에 바라는 재계의 입장」을 공식 전달하기로 했다.
○시중 소문과 큰 차이
○…그동안 대기업들이 선거판세를 읽는데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평소 마키팅조사 의뢰를 통해 가까이 지내온 국내 6∼7개의 여론조사 기관들로부터 은밀히 넘겨받은 여론조사 결과였다.
조사기관마다 세차례 이상씩 모두 20여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를 수집한 주요그룹들은 여론의 흐름을 면밀히 추적,당선예상자가 들쭉날쭉 하거나 치열한 백병전이라는 시중 소문과는 달리 적어도 지난 주말까지는 한 후보가 1백50만표 이상의 상당한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주초 부산지역 기관장회의가 파문을 불러일으키면서 대기업들의 관측도 엇갈리기 시작해 「박빙의 승리」「판세가 뒤엎어질지도 모른다」는 등 혼조에 빠졌다.
○현대그룹 위상 불안
○…현대그룹은 정부의 선거법위반 수사로 주춤했던 국민당 선거지원을 막바지에 활성화시키기 위해 15일부터 임직원의 귀향활동,유권자에 대한 전화공세,해외지사원 귀국 등으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회사와 임직원들은 선거 결과가 그룹의 장래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고 상당수 직원들에게 3박4일의 연월차 휴가를 주어 귀향 선거운동을 하게하고 친지들에게 정주영후보 홍보전화를 하도록 하면서 정상적인 업무에 임하도록 하고있다.
그룹측은 국민당이 부산의 기관장 모임을 폭로해 지지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국민당 패배때의 현대그룹 위상에 불안한 표정이다.
한편 국민당 입당여부로 주목을 받고있는 포철의 박태준회장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17일 일본으로부터 귀국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18일의 투표참여도 포기하고 「중립」입장을 지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괴유인물로 큰 곤욕
○…삼성그룹 등 다른 주요그룹들은 그동안 표면적인 정치중립 유지에 성공했으나 선거 막판에 이른바 「○○그룹이 전망한 예상득표」라는 괴유인물이 증시에 나도는 등 각종 루머가 퍼지자 『그런 일이 없다』는 해명에 곤욕.
국민당이 안기부 지부장 등도 참가한 기관장회의를 도청할 정도라면 「기업의 정보가 무섭긴 무섭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해 각 그룹에는 선거전망을 묻는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는데 괴문서를 역추적해 진원지를 파악한 기업들은 『일부 정보장사꾼들이 정보의 신뢰성을 높여 비싼가격에 팔기 위해 주요그룹들의 이름을 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공식해명.<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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