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섬유 운동화|마라톤 풀코스 2시간벽 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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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인간의 한계」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 슈퍼맨 탄생을 예고하고 있어 세계 스포츠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미 콜로라도대학의 한 생물학 교수와 보스턴의 두다리 없는 암벽등반 공학도가 함께 개발 중인 첨단 유리 섬유 운동화가 등장하면 인간의 능력으론 도저히 깨기 어렵다는 마라톤의 1시간대 진입을 가능케 할 것으로 보여 스포츠의 혁명이 기대된다.
세계 스포츠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주인공은 이고르 가모 콜로라도대학 생물학교수와 82년 암벽을 등반하다 두 다리를 잃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첨단기술대학원 연구생으로 있는 허프 허르. 현재 실험을 끝낸 이 운동화를 신으면 체력소모를 70%까지 줄일 수 있으며 1마일에 4분으로 뛰는 마라토너의 주행속도를 7초정도 줄일 수 있고 완주기록을 4분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
이 운동화는 개발 후 5백달러의 비싼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지만 한번 구입하면 평생 신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이미 전화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연구대로만 완성된다면 이들이 돈방석에 앉는 것은 시간문제.
이달 안에 이들은 일본스포츠용품회사인 아식스사로부터 연구기금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 기금으로 1백 켤레의 운동화를 만들어 적응실험을 할 예정이다.
가볍고 강하면서 탄력 좋은 유리섬유의 성질을 스프링 반사작용으로 응용한 이 운동화는 「스프링복」이란 이름이 불어 있다. 「스프링복」은 뒷 굽이 일반 운동화보다 훨씬 높게되어 있으며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스프링이 가운데 부착되어 있고 그 사이는 비어 있는데 마치 진공상태와 흡사하다.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스프링이 발을 편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끔 퉁겨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모 교수와 허르는 실험결과 달릴 때 착용자의 에너지 소모가 반으로 줄었다고 밝혔으며 발목이 스트레스를 덜 받음으로써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프링복」에 대한 아이디어는 두 다리를 잃기 전 스피드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던 허르에 의해 연구됐다.
8세 때부터 암벽등반을 해온 허르는 18세 때 낙반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잃었으나 좌절하지 않고 등반을 계속해 높낮이가 조절되는 인조다리를 만드는 등 신체적 불구에도 굴하지 않고 스포츠정신을 공학에 접목시켰다.
사고로 인해 공학에 더욱 몰두하게된 허르는 평소 걷기·달리기, 그리고 등반 때 속도를 빨리 할 수 없을까 궁리했다.
그는 운동화의 형태를 뒤에서 퉁겨주는 과학적인 모형으로 바꾼다면 이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개발에 매달렸으며 스승인 가모 교수에게 협조를 구해 공동연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가모 교수와 허르가 개발한 최초의 스프링은 철로 만든 것이었으나 탄력이 뛰어난 반면 무게가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다. 유리섬유로 교체한 현재의 「스프링복」은 10온스 정도.
이들은 1천5백달러를 들여 만든 신제품을 콜로라도 출신의 무명 마라토너 마이크 샌드록에게 신겼으며 샌드록은 비록 운동화가 자신의 사이즈보다 조금 컸어도 자신보다 기록이 좋은 마라토너들을 가볍게 제압했다.
샌드록은 『평소 같은 속도와 기분으로 달렸는데 심장박동이 평소보다 1분에 8박자 정도 떨어졌으며 힘들이지 않고 끌려가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스프링복」에 대한 소문이 이미 알려져 전화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실험결과가 앞으로 남은 몇가지 테스트를 거쳐 입증된다면 마라톤계는 물론 육상계를 비롯한 스포츠 전체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뉴욕지사=원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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