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체제 구축… 경영자율화 최대한 보장/삼성 사장단인사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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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자·중공업 등 주력기업 「통합관리」로 바꿔
이건희회장의 취임 5주년과 제2창업 2기를 맞아 5일 단행된 삼성그룹 정기사장단 인사는 이 회장 체제의 구축과 함께 내년 주요 그룹들의 인사를 점칠 수 있는 첫 시금석으로 그룹내외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나 일단 규모에 있어서는 예상보다 소폭인 12명에 그쳤다.
삼성측은 사장단 인사를 최소화하여 이 회장 취임이후 줄곧 강조되어온 경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또 그동안의 노력과 실천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종합화학 등 그룹 주력회사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큰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룹의 대표적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의 변화다. 지금까지 강진구회장을 정점으로 가전·반도체·정보통신·컴퓨터 등 4개 사업부문별로 각각 대표이사를 선임해 분할관리해온 삼성전자에 단일사장제를 도입,김광호반도체사상을 총괄사장으로 선임해 통합 관리체제로 바꾼 것이다. 그동안 부문별 대표이사였던 윤종용,정용문,김영수사장이 각각 삼성전기·종합기술원·고문으로 이동하고,강 회장도 사실상 경영자문과 전체그룹에 관계된 일을 주로 맡을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 김 총괄사장의 비중이 그만큼 무거워진 것이다. 또 최근들어 그룹의 주력기업으로 급부상한 삼성중공업(경주현부회장)과 종합화학(황선두사장)의 최고경영층이 바뀐 것이나,제약·생활용품 분야 등 사업영역이 계속 확장되고 있는 제일제당에 이종기부회장을 보강한 것도 주목된다. 또 대표이사 부사장 4명의 사장승진과 부사장 3명의 대표이사 발탁은 경영층을 투텁게 해 21세기를 향한 최고경영진 양성체제의 구축을 위한 포석이고,이로써 중공업·건설·생명보험 등 그룹의 주력기업들에 복수대표제가 뿌리를 내리게 된 셈이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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