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단편 릴레이 편지] 쇠망토를 걸친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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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그가 무거운 쇠망토를 걸치고 나타나자 모두들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유용한지 당신들은 모를 거요. 우선 비가 아무리 와도 절대 속옷이 젖는 법이 없지요. 눈 오는 겨울 언덕을 내려갈 땐 눕기만 하면 썰매가 된단 말이지요. 자동차가 와서 들이박아도 끄떡 없습니다. 그뿐인 줄 아십니까. 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만 하면 서너 마지기 쯤은 반나절에 갈아 엎을 수도 있지요."

그리곤 유유히 제 갈 길을 갔습니다. 모두들 쇠망토를 걸친 사내를 부러워했습니다.

-나무 작품 및 글=김진송<목수>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현문서가 刊)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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