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4년 중징계속 첫 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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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화가 LG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우승컵을 거머쥐는 순간 먼발치에서나마 이들의 장거를 지켜보던 박종환 감독은 고개를 떨군 채 침묵하고 있었다.
「그라운드의 풍운아」박 감독으로서도 북받치는 감격은 어쩔 수가 없었기 때문.
시즌막판 중징계의 족쇄에 묶여 비록 벤치엔 앉지 못했지만 박 감독으로서는 창단 4년만에 맛보는 첫 정상등극의 감격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정규리그 막판에 불어닥친 박 감독에 대한 징계 한파는 일화에는 가혹한 것이었고 이 때문에 끝내 우승문턱에서 주저앉고 마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이날 일화승리는 다분히 작전의 개가라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 1차 전에서 소극적 공격을 펴 LG에 혼쭐이났던 일화는 경기초반부터 승부를 걸고 적극공세를 취한 게 적중, 승운을 불러들일 수가 있었다. 2차 전은 이른바 「박종환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한판이었다.
『비록 정규리그를 놓친 게 아쉽지만 일단은 아디다스컵이라도 움켜쥐게 돼 기쁩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무던이 참고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에 없이 상기된 표정으로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린 박 감독은 특히 GK 사리체프와 공격의 신태용 고정운 수비수 이종화 등을 일등공신으로 치켜세웠다.
실제로 구 소련대표출신의 일화 수문장 사리체토는 정규리그(총 30게임)에서만 6개 팀 중 최소실점인 21실점(게임당 평균 0·7골)에 그쳐 일화의 선두가도를 이끌었고 루키 신태용은 많은 게임에 출장하지 못했음에도 7득점3어시스트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또 고정운은 팀 간판스타에 걸맞은 호쾌한 활약으로 후한 평점을 받았으며 이종화는 뒷전에서 철벽수비망을 구축하는데 한몫 단단히 거들었다. <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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