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자금행방 여전히 “아리송”/의문 안풀린 「이 지점장 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사채거래·「숨겨진 투자」추측만 무성/인천투금·대신 등 「특수관계」 못밝혀
상업은행장 명동지점장 이희도씨 자살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로 이 지점장이 자살에 이르게 된 정황은 대체로 설명이 됐으나 유용자금의 행방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검찰은 우선 『이 지점장이 당초 어떤 개인적인 손실 때문에 보관중인 CD를 자금화하여 손실을 보전하였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그 손실이 생긴 「구멍」으로 ▲개인적인 사채거래 ▲주식 또는 부동산투자 ▲CD거래와 수신고를 높이는데 따른 손실보전 ▲부실대출 등 여러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사채거래가능성과 관련,검찰은 이 지점장이 지난 3월 인천투금의 CD 2백억원으로 2중거래를 했을 시점이 사채금리가 20%를 훨씬 넘던 때임을 지적한다.
이 경우 사채이자로 CD발행금리(14%)와 유통금리(17∼18%) 차이를 보전해주고 웃돈을 얹어주더라도 1백억원당 3개월에 2억∼3천억원은 챙길만큼 수익성이 높으므로 이 지점장의 「사금고」에 자금이 흘러들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검찰은 또 이 지점장의 주식보유 최대규모가 5억원대에 불과하고 잔고는 1억원을 조금넘는 수준이지만 가명계좌를 통한 「숨겨진 투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외에도 1백억원의 CD를 재매입하는 과정에서 5억원의 「유통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수천억원대의 CD거래를 통해 누적된 막대한 「유용비용」조달이 유용행위의 시발점이자 유용자금의 행방이 될 수도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아직은 추정일뿐 명확히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자금의 행방과 관련지어 석연치 않은 대목은 다른 곳에도 남아있다.
먼저 인천투금의 경우 86년이래 1천5백억원대의 CD거래를 해오는 등 이 지점장과 「각별한」관계를 맺어오면서 과연 이 지점장의 2중거래를 눈치못챘겠느냐는 점이다.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사채업자 김기덕씨(43)와 관련,▲김씨가 구속당시 이 지점장의 사채·어음·주식거래를 도와줬다고 밝혔고 자신도 이 지점장에게 1백억원을 물렸다고 주장한데 대한 구체적인 내용 ▲보증어음 1백50억원 소지이유 ▲대신증권과 이 지점장 사이에서의 역할 등이 규명되어야 할 과제다.
이밖에도 ▲이 지점장이 빼돌린 CD의 대부분이 대신증권을 통해 거래된 내막 ▲14일 「마지막 회의」에 직원 8명이 몰려간 속사정 ▲명동지점 직원들의 공모여부 ▲희성철강·우진전기와 이 지점장과의 「특수관계」내용이 무엇인지 등 또한 앞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이같은 의문점들의 규명과 함께 유용자금의 행방에 대한 검찰의 추적이 계속되겠지만 자금의 행방이 소상히 밝혀질지는 역시 미지수다.
이 지점장이 자금동원에 남다른 수완을 보인만큼 그 뒤처리도 치밀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아 자금추적은 곳곳에서 「꼬리가 끊긴」사실만을 확인,미궁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수사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김용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