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문학의 이질성|『풍요』와『비판』실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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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일 문학 심포지엄이 지난 16일부터 일본 동경에서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양국문인 1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주제발표와 토론 등을 통해 한일문학의 정신적 동질성과 이질성, 미래의 바람직한 문학 방향 등을 모색했다.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던 문학평론가 김주연씨가 글을 보내 왔다. <편집자 주>
한국과 일본의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는 문학을 통해서도 그 원인의 한 뿌리가 밝혀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엉겅퀴와 사쿠라의 차이라고 할까. 온갖 상처와 고통의 육 화된 정신으로서의 문학과 고도소비사회의 즐거운 완 상품 소비재로서의 문학은 어쩌면 그 본질과 개념에 있어서조차 크게 달라 보인다.
지난 16일부터 일본 동경에서 열렸던 한일문학 심포지엄은 뒤늦게나마 양국문학의 차이점을 통해 과연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새삼 음미·반성케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정신사적 시각을 중심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한국현대문학의 형성과정에 대해 첫날 주제발표를 한 필자는 사실이 차이점과 관련해 작은 충격을 느꼈다.
왜냐하면 일본, 혹은 일본문학은 식민지시대 한국문학이 이른바 근대문학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서양문학의 중개역 또는 받침대 역할을 한 것으로 오랫동안 이해되어 왔을 뿐 아니라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정치현실과 이념에 관해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일본측에서는 일본문학의 소비문학 적 양상이 70년대 후반, 더 정확하게는 인기작가 하루키의 등장이후 심화된 것으로 보았으나 필자로서는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 그럴 것이 일본은 비록 패전하였으나 승전국 미국의 도움에 힘입어 신속히 그 상처가 회복되었으며, 그에 의한 경제발전은 일본정신의 한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무사도와 귀신사상이 품고 있는 현실주의 혹은 세속주의와 긴밀하게 닿아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본문학은 풍요를 그 의미 면에서 구조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그것을 수동적으로 향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반면 한국문학은 저항과 비판을 유산으로 삼은 불행한 상속인이다.
수많은 외침과 내 학에 의한 패배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성장해 온 한국문학은 비판정신을 문학의 정체성으로 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순응성을 거부한다. 그 거부 속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풍요와 행복에 대한 거부까지 포함된다. 한 일본작가는 세속적 행복과 문학적 행복의 양자택일을 질문해 왔는데. 이 잔인한 질문 앞에 어쩔 수 없이 서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한국문학의 비극적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일본측 주제발표자인 가와무라 교수는 일본과 일본문학은 서양에 편입되기를 희망하는 서양지향성·탈 아시아 성을 지니고 있다고 정직하게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은 한국문학의 상업문학화의 새로운 현실추세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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