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관계자 "내신 지침 어기면 교수 증원 불이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대 이장무 총장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19일 "(입시안은) 4월에 (교육인적자원부와) 다 협의한 것"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교육부가 2008학년도 입시에서 내신반영률 50%를 지키지 않는 국공립대에 교수 증원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한 직후 기자와 만나서다. 이 총장은 "4월에 학장들 협의를 거쳐 교육부의 승인까지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입시와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장기적 플랜으로 가는 게 옳다고 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수험생들에게 혼돈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교육부가 내신반영률 50%를 지키라고 지시한 이후인 17일에도 정시모집에서 내신 1.2등급에 대해 만점을 주는 4월 입시안을 바꾸지 않겠다고 확인했다. 교육부는 서울대 입시안을 '내신 무력화'로 규정하고 입시안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해왔다.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은 "입시는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두 달 만에 입시안을 바꾸면 서울대의 신뢰성은 뭐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교수 증원 불이익 방침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두환 대학원장은 "교육부는 서울대가 내놓은 외국인 교수 증원 계획에 대해 언제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놓고 왜 또 딴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 증원이 서울대만을 위한 건가. 국가경쟁력 향상과 인재 양성은 왜 생각하지 않나"라며 답답해했다.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는 3월 서울대를 2010년까지 세계 50대 대학의 하나로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 1752명인 전임교수 수를 2010년까지 18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주로 외국인과 여성교수 확대에 집중돼 있다. 계획이 실행되면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7.4명에서 14명으로 줄어든다.

장호완 교수협의회장은 "교육부가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말을 안 들으면 돈이든 사람이든 지원을 끊겠다고만 한다"며 "국민 세금으로 만든 예산을 갖고 정부가 오만하게 준다 만다 하는 게 치졸한 일 아니냐"고 비판했다.

권근영 기자

교육부 관계자

교육인적자원부 서명범 기획홍보관리관은 19일 기자 브리핑에서 "대입 내신 반영 비율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립대학에 대해 교수 정원을 동결할 방침"이라며 "향후 교수 정원을 조정할 때 배정 기준 등에서 이 문제를 연계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학에 대해 (교육부가)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날 김신일 교육부총리도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일단 대학이 약속한 입장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라는 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대학이 내신 비중을 50% 반영하겠다고 확실히 결정해 놓고 내신 비중을 줄인다는 것은 고교생에게 새로운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박경재 정책홍보관리실장과 김규태 대학학무과장은 전날 국공립대 교수 증원에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제출했다. 제목은 '2008학년도 대입 전형 관련 대학 동향 및 정부 대책'이었다. 여기엔 정부가 내신 무력화를 시도하는 대학에 대해 재정지원 불이익을 주기로 한 데 이어 서울대 등 국립대에 대해서는 교수 증원을 동결키로 하는 등 초강경 대책이 담겨 있다.

이런 제재 방침은 학생부 1.2등급에 만점을 주는 입시안을 고수키로 입장을 정한 서울대를 겨냥한 것이다. 현재 국립대 중에서 서울대가 유일하게 2008학년도 입시안을 놓고 교육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입시를 이유로 교수 증원 동결이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부는 내신 9등급 간 점수 차별화, 내신 실질반영비율 40~50%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학에 대해 7월 중 특별 학사 감사에 돌입하는 방안도 내놨다. 국립대가 자체 발전 계획에 따라 필요한 교수 수를 늘리려 할 때 교육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교육부는 현재 내년도 교수 정원 조정을 위해 현재 각 국립대로부터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이다. 다음달 초까지 증원 규모를 결정토록 돼 있다.

강홍준 기자<kanghj@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