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원 평가조차 못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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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국 교사들은 62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다. 실력이나 근무 성과 여부와 상관이 없다. 매년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는 선진국과는 달리 자극이 없어 잘 가르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자 교육부는 2004년 2월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면서 '교원평가제 카드'를 내놓았다.

교사들의 학습.생활지도 능력을 면밀히 평가해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2년간 준비한 교육부는 지난해 6월 공청회를 거쳐 12월 관련 법안(초.중등 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 3월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전면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교조 '벽'에 부닥쳤다. "가르치는 일을 어떻게 샐러리맨처럼 평가할 수 있느냐" "40만 교원을 분열시키는 정책"이라며 반발했다. 전교조는 거리로 뛰쳐나왔다. 장혜옥 전 위원장과 지도부는 교육부 앞에서 두 달간 릴레이 시위를, 2000여 명은 연가(年暇.연차휴가)를 내고 서울시청 앞에서 반대 투쟁을 했다.

국회는 전교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관련 법안은 6개월째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다. 전교조는 올 4월에 이어 6월 임시국회가 열리자 '교원평가 입법화 총력 저지'를 선포했다. 정애순 대변인은 "전교조의 운명을 걸고 결사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적극적인 입법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강력한 교직단체가 반대하는데 그대로 강행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 계획이지만 교원평가제는 안건에서 뺐다. 대선 정국과 내년 총선을 겨냥한 표 계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에 입법화가 무산되면 시행령 제정 일정이 빠듯해 내년 전면 시행이 어려워진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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