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적 여성상으로 "눈길"|"환상의 콤비" 미 정·부통령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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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근 미국의 워싱턴 정가에서는 내년 l월 새로이 화이트 하우스의 주인공이 될 민주당 대통령 당선자 클린턴의 부인 힐러리(45)와 부통령 당선자 고어 부인 티퍼(44)의 각별한 우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들은 남편의 선거운동지원이라는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만났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전국을 도는 버스여행을 함께 하면서 곧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었고, 이제는 서로 다른 현대 미국여성의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
『나는 늘 여자형제가 없는 것이 유감이었다. 나는 힐러리 같은 여자형제를 원했다』며 티퍼는 기뻐했다. 힐러리는 또 티퍼를『나의 진정한 파트너다. 서로 대화가 통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비슷하다』며 좋아한다.
둘 다 영리하고 임기응변에도 능하며 유머감각도 있다. 미국 동부지역의 명문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한 이들 두 여성 힐러리와 티퍼는 때로는 쌍둥이처럼 보였다. 좋아하는 옷도 비슷한 스타일로, 히프를 덮는 무릎기장의 재킷과 스커트의 테일러드 수트를 즐겨 입는다. 그들은 남편들과 함께 연단에 서 있을 때도 서로 자주 쳐다보며 때로는 윙크를 보내기도 한다.
힐러리가 결혼 후에도 자신의 캐리어를 계속해 미국 내 1백대 변호사의 한사람으로 뽑혔고 일을 위해 자녀를 12세 짜리 딸 첼시 1명으로 끝낸 데 비해 티퍼는 결혼으로 신문사의 사진기자 직을 포기한 후 15세 짜리 크리스틴, 13세 짜리 사라 등 4명의 자녀를 두었다. 유세기간 중 힐러리가 지나치게(?)똑똑하고 과격한 여성운동가(?)이며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식으로 공화당 쪽으로부터 맹공격을 당해 상처받고 당황해 했을 때 티퍼는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힐러리를 옹호했고, 위로했다.
논쟁에 강하고 전문가의 세계에서도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힐러리와 행동파로 4명의 아이를 낳아 훌륭히 키우고 있는 가정관리 전문가(?)인 티퍼는 서로의 장점을 찬양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가며 그 어느 대통령 때보다 새로운 타입의 퍼스트 레이디와 세컨드 레이디 상을 구축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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