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상대 530억원 소송 미국 판사 재임용 탈락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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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바지를 분실했다며 한인 세탁소 주인을 상대로 5400만 달러(약 530억원)의 소송을 냈던 미국 판사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지역신문인 이그재미너는 16일 "타이론 버틀러 워싱턴 행정법원장이 최근 3명으로 구성된 재임용 심사위원회에 로이 피어슨 행정법원 판사의 재임용 거부를 권고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버틀러 법원장은 편지에서 "피어슨 판사가 10만 달러(약 928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으면서 법원에서 일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어슨 판사의 비정상적인 소송이 전 세계 언론에 보도돼 법원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하자 이런 편지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시 고위 간부도 "내 상식으로는 심사위원회가 그를 재임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피어슨 판사는 자신의 양복바지를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한인 세탁업자 정진남씨에게 천문학적인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바지 소송이 언론에 알려지기 전 10년간의 행정법원 판사 임기가 끝나 재임용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소송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동안 재임용 심의절차가 보류돼 왔다.

미국의 일부 시민단체는 "모범을 보여야 할 법조인이 사소한 시비로 소송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피어슨 판사를 재임용에서 제외하고 변호사협회에서도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첫 재판이 열렸는데 피어슨은 "상인은 소비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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