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 경제성장 신봉/미 정권인수 경제팀장 로버트 라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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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클린턴과 25년 교우… “보이지 않게 협조”
빌 클린턴 미 대통령당선자가 12일 정권 인수위원회의 경제팀장으로 로버트 라이크 하버드대교수(46)를 임명한 것은 12년간에 걸친 공화당 정권의 자유시장 경제노선과의 확실한 결별을 의미한다.
라이크교수는 정부가 경제분야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학자로,민주당의 경제분야 척후병이 돼 로널드 레이건·조지 부시행정부의 자유방임 정책에 줄곧 신랄한 공격을 가한 전력을 갖고 있다.
두 공화당 정권을 겨냥한 그의 강도높은 비난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국내 경제에 대한 투자를 억누르는 쪽으로 진전돼 왔다는 쪽에 집중돼 왔다.
그는 지난 80년대에 불어닥친 미국의 기업 인수바람에서부터 정부의 세금감면정책에 대해 일일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었다.
이같은 정책들은 중산층을 희생시키고 부유층을 살찌우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라이크교수는 그 대안으로 공화당 정권처럼 각종 규제완화와 세금 감면조치로 경제의 고삐를 풀 것이 아니라,자유시장 경제의 「보이지 않는 손」쪽으로 인도해가는 한편,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투자에 역점을 둘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금융자본을 바탕으로 한 트리클 다운(TRICKLE­DOWN) 경제에서 인적 자본에 바탕을 둔 민초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는 도덕적 지상 명령일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의 성장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트리클 다운 경제란 정부가 집중적인 투자로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간접적으로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그 효과가 미쳐 경기를 자극하게 된다는 이론에 입각한 것이다.
한편 라이크교수는 무역분야에서는 외국으로부터 시장개방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얻기 보다는 오히려 해외시장의 철저한 개방을 노리는 보다 강경한 접근방식을 택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라이크교수는 클린턴 당선자와 25년간 교우관계를 맺어온 측근중의 측근이다. 그는 하버드대학 행정대학원 강사로 있던 지난 68년 학생신분의 클린턴과 첫 상면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두 사람은 로즈 장학생(Rhodes Scholar)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학으로 가려던 때였다.
둘은 또 예일대학 법과대학원 동문이기도 하다.
라이크교수는 12일 임명발표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은 경제상황과 예산문제를 적절히 조정하는데 열심히 조력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정부 직책은 맡지 않을 것이며 차기 행정부의 인사문제에 직접적인 입김을 불어넣지는 않을 것을 아울러 다짐했다.
그는 국제 경제분야에서 모두 8권의 저서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이른바 「클린터노믹스」의 입문서로 간주되는 『국가의 과업』이 있는데 고숙련 노동력이 경제분야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뉴욕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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