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 虛 虛 ~" 전지훈련서 빠지고 찬밥 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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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사오정은커녕 삼팔선도 못가서….

56세까지 직장을 다니면 '도둑 심보'라는 '오륙도', 45세가 되면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오정'에 이어 체감정년은 38세라며 '삼팔선'이란 말까지 유행한 것은 올해 취업난을 대변해준다. 그러나 몸으로 부딪치는 프로야구에서는 '삼팔선'이면 대성공이고, 이십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 오히려 실감난다.

삼팔선 가까이까지 현역으로 뛴 삼총사가 겨울 한파에 떨고 있다. 모두가 팀내 최고참이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다. 그리고 모두 팀을 상징하는 아이콘이기에 그들이 맞고 있는 차가운 겨울은 더 을씨년스럽다.

프로야구 타자부문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35.한화), 올해 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김동수(35.현대), 야구계 최고의 '악바리' 박정태(34.롯데)가 그들이다. 괄호안의 나이는 만(滿)으로 따진 나이다. '한국 나이'로는 또 한 살을 보태야 하며 5일만 더 지나면 또 한 살을 보태야 한다.

프로야구 최다홈런.최다안타.최다타점 등 각종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장종훈은 내년 연봉 1억원에 계약을 했지만 최근 전지훈련 제외설, 팀내 세대교체 움직임에 따른 퇴출설 등에 시달리고 있다.

유승안 감독은 "코칭스태프의 계획상 전지훈련 후보자 명단에서 빠진 것은 맞다. 그리고 팀내 역할에서도 크게 맡길 부분이 없다"며 이러한 '설'을 뒷받침했다. 또 한화가 최근 같은 스타일의 외국인선수 엔젤 페냐를 영입하면서 오른손 지명타자를 노리던 장종훈의 입지도 크게 좁아졌다.

김동수는 한국시리즈 우승에 따른 보상과 자유계약선수 신청을 포기 한 대가로 다년(2년)계약을 요구했지만 팀에서는 1년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올해 50경기밖에 뛰지 못한 박정태는 최근 "내년 전력에서 제외됐다"는 소문에 휩싸여 있다. 롯데 양상문 감독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내년 1월까지 훈련상황을 봐서 전지훈련 합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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