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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균 '새내기 배구 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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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 남자 배구에는 '배구 도사'라는 독특한 계보가 있다. 원조는 박희상(인하대 코치)이고, 그 뒤를 '돌도사' 석진욱(삼성화재)이 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거포'소리는 못 듣지만,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까지 어느 한쪽도 빠지지 않는 '멀티플레이어'라는 점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 있는 플레이가 '배구 도사'의 트레이드 마크다.

내년 2월 인하대 졸업을 앞둔 대한항공의 왼쪽 공격수 장광균(사진)이 'KT&G V-투어 2004'서울대회를 통해 화려하게 실업무대에 데뷔하며 새 '배구 도사' 탄생을 알렸다. 공교롭게도 장광균은 박희상.석진욱의 인하부고 후배이기도 하다. 대학시절 장광균은 1년 후배 구상윤과 함께 늘 신문의 헤드라인을 '구상윤-장광균 쌍포'로 장식했다. 하지만 대학시절은 실업 데뷔무대의 활약에 비하면 '예고편'도 안 된다.

실업 초년생이 서울대회에서 모두 84득점을 올리며 윤관열(대한항공.79득점).장병철(삼성화재.79득점).손석범(LG화재.64득점)등 각 팀의 '주포'들을 제치고 득점종합 1위를 차지했다. 1m90㎝로 큰 키는 아니지만 이처럼 높은 득점력을 보인 것은 '배구 도사'급의 공격감각 때문이다.

블로킹을 읽고 직선.대각.페인트 공격을 자유자재로 하는데다, 블로킹 벽 사이로 교묘하게 빼서 틀어 때리는 타법까지 구사하니 상대로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격만 갖고 '배구 도사'소리를 들을 수는 없는 법. 장광균은 첫 경기였던 상무전에서 팀 전체 서브리시브의 3분의 1인 23개를 받았고, 성공률 65.22%로 리베로인 김주완(69.23%) 못지 않았다.

이후 매 경기 65% 내외의 성공률을 유지하더니 LG화재와의 준결승전에선 김주완(44.44%)을 제치고 팀 내 최고 성공률(62.5%)을 기록했다. 게다가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는 디그도 경기당 10개 이상을 기록하는 탁월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 이경수는 빼도 장광균은 뺄 수 없었다. "(신춘삼 한양대 감독.유니버시아드 대표감독)

"꼭 데려오고 싶었지만 그랬다면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대학.실업배구 감독들마저 인정한 '배구 도사' 장광균은 V-투어 서울대회에서 인기상을 받으면서 신인상 수상까지 사실상 예약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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