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밖에 지난 5월 개관한 'PS 35'는 27가에, 기존의 '2X13 갤러리', '존 첼시 아트센터'는 26가에 자리하고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한국 화랑 6개가 몰려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티나 킴 파인아트가 입주하는 건물 꼭대기층에는 세계적인 설치작가 강익중씨의 아틀리에도 들어선다. 첼시 지역에 '코리언 화랑가'가 형성되는 셈이다.
오는 9월 개관할 예정인 티나 킴 파인아트는 국제 갤러리 이현숙 대표의 맏딸인 김태희씨(미국명 티나 킴)가 운영하는 화랑이다. 김씨는 지난 5년간 맨해튼 57가에서 화랑을 해오다 첼시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김태희씨는 "국내 갤러리들이 한곳에 모여있으면 한국 미술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감상하기에 편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화랑들도 첼시 진출을 계기로 세계적인 작가들과 호흡을 같이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도 손색이 없는 갤러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창일 회장이 개관 작업을 직접 챙겼다는 아라리오 뉴욕은 11월 첫 개막전으로 중국 현대미술의 스타 왕광이(王廣義)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가나 아트 갤러리는 가장 늦은 내년 3월 개관할 예정이나 최근 맨해튼 중심가에 국내 작가들을 위한 작업실을 열었다.
이들 화랑들이 뉴욕으로 몰려오는 이유로 수년 전부터 불고 있는 아시아 미술 붐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현재 중국 현대미술품이 상한가를 치고 있지만, 덕분에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국내 갤러리들이 세계시장을 공략할 여지가 넓어졌다는 얘기다.
국내 갤러리들의 첼시 진출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이 많다. 우진영 뉴욕문화원장은 "첼시가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만큼 세계 미술계로 진출하려면 이곳에서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며 "그간 한국 작가들이 첼시에서 전시 공간을 찾는 게 너무나 힘들었지만 이제는 한결 수월해 질 것"이라고 기뻐했다.
반면 한 큐레이터는 "국내 미술시장이 호황기를 누리는 상황에서 이들 화랑들이 외국 작품을 구입하는 통로나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뻥튀기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