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스칼라 서는 첫 한국인 테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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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럽에서 활동 중인 성악가 이정원(38.엔리코 리.사진)씨가 한국인 테너로는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무대에 선다. 내년 4월 1~24일 상연되는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에서 스코틀랜드 귀족 막두프 역으로 출연한다. 맥베스 역은 이탈리아가 낳은 바리톤 레오 누치(65)가 맡았다.

라 스칼라 극장 무대에 주역 가수로 출연했던 한국인 성악가는 소프라노 조수미(1988년), 홍혜경(2003년), 바리톤 김동규(1989년), 베이스 전승현(2004년) 등 4명이다. 하지만 테너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778년 개관한 라 스칼라 극장은 '벨칸토의 전당'으로 불린다.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이 거쳐간 꿈의 무대다. 베르디의'나부코' '오텔로' '운명의 힘', 푸치니의'나비부인' '투란도트'의 초연 장소이기도 하다. 지난달 스칼라 극장의 오디션에 통과한 이씨는 원래 푸치니의 '3부작'중 '외투'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으나 추가 오디션에서 베르디의 '맥베스'중 막두프 역을 제의받았다. 단막 오페라 '외투'에 비해 '맥베스'가 훨씬 비중이 큰 작품이다.

이씨는 현재 핀란드 산본린나에 체류 중이다. 29일부터 7월 11일까지(5회) 세계 굴지의 오페라 축제로 손꼽히는 산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드가르도 역)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드라마틱 테너로 지금까지 다소 묵직한 배역만 맡아온 이씨는 이번 출연을 계기로 폭넓은 음악성과 서정성을 요구하는 벨칸토 오페라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24일부터는 로마 근교의 나르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지난해에 이어 '아이다'의 라다메스 역으로 출연한다.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한 이씨는 1993년 플로토우의 '마르타'로 프랑스 리옹 국립 오페라에서 데뷔했다. 98년 프랑코 코렐리 국제 성악 콩쿠르, 99년 벨기에 베르비에 성악 콩쿠르, 2000년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와 티토 스키파 콩쿠르에서 차례로 우승을 차지했다.

푸치니의 '투란도트'(칼라프 역), 베르디의 '아이다'(라다메스 역)로 부다페스트.베르겐.툴롱.오슬로.보르도.마르세이유 무대에 섰다. 국내에서는 2005년 '안드레아 셰니에'(예술의전당), 광복절 기념 음악회(서울시향)에 출연한 바 있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사진=예술의 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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