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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검증을 앞세우며 음해 정치공작 벌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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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통령 선거판이 어디로 흘러가는가. 선거 과정은 유권자에게 후보들의 품성과 정책을 알리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절차여야 한다. 그런데 소위 범여권의 지도부까지 나서 무책임한 흑색선전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며 정상적인 판단을 방해하고 있다. 전형적인 공작정치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열린우리당의 장영달 원내대표는 14일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선 후보가 된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그런 중요한 자료들을 우리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두 후보의 비리를 담은 X-파일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대통령은 워낙 중요한 자리이니 후보에게 결정적 흠결이 있다면 당연히 공개하고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정말 야당 후보들의 문제점을 담은 자료를 갖고 있다면 장 대표는 당장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껍데기만 흔들며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이라면 공작정치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이 스스로 민주인사라 하는데 과연 맞는 말인가. 그가 이제 와서 그런 과거의 음습한 정치 행태를 답습하려 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멀리 돌아갈 것도 없이 바로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병역면제 비리, 20만 달러 수수, 기양건설 거액 수수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결국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선거가 모두 끝난 뒤였다.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도, 누구 한 사람 사과하는 사람도 없었다. 또다시 그런 비열한 공작에 놀아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또 그런 중요한 자료라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든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과거라면 그런 자료를 대개 국가 정보기관이 만들어 집권당에 제공해 왔다. 이미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청와대 개입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국정원 기조실장 출신인 이강래 의원이 3월 "한나라당 후보들은 네거티브 한 방이면 갈 수 있는 취약한 후보들"이라고 말한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만약 정부 기관이 그런 문건을 만드는 데 개입했다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