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홍상수 영화' 보고 뜨끔했다면 당신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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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싸이코 짱가의 영화 속 심리학 장근영 지음, 메가트렌드, 297쪽, 1만1000원

왜 관객들은 평론가들이 혹평하는데도 어떤 영화, 어떤 장면에 대해 그리도 열광할까. 반면 세계적 영화제에서 상을 타거나, 전문지로부터 별 다섯 개를 받은 어떤 영화는 극장에 일주일도 채 걸리지 못하고 내려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리학을 이용해 '영화 뒤집어보기'를 시도하는 지은이는,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하는 것처럼 "영화 속 등장인물의 내면을 분석하고 영화 속 사건의 심리적 상징 구조를 분석하려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보다는 관객이 그 영화를, 그 장면을 수용하는 방식과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겠다고 말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지은이는 '홍상수 영화'를 "고학력 콤플렉스 환자를 위한, 고학력 콤플렉스 환자에 의한, 고학력 콤플렉스 환자의 영화"라고 말한다. 즉 그의 영화를 보고 "뜨끔했다"고 반응하는 사람들은 '고학력 콤플렉스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학력 콤플렉스 환자'란 "제대로 배우는 것도 아니면서 너무 많이 배운"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머리 속이 복잡할수록, 즉 여러 가지 생각과 가치관이 뒤엉켜 있을수록 콤플렉스에 취약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홍상수 영화'는 "배운 것은 아는 척, 점잖은 척뿐"이고 "겉으로는 여러가지 방어 기제를 사용해 자기를 감추고 성숙한 척하지만 그 속은 치졸하기 그지없는" 이런 사람들의 얘기를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적확하게 집어낸다. 2005년작 '극장전'은 그중 압권. 재수생 상원(이기우)은 '소통의 부재'니 '단절감'이니 하는 어울리지도 않는 고급 용어를 써 가며 어머니한테 대거리를 한다. 재수생 역시 '고학력 지망생'일 뿐이다.

이밖에 '스키너의 상자'로 '타짜'의 도박중독자의 심리를 설명하는가 하면 '청소년기 자아중심성' 이론으로 '수퍼맨 리턴즈'를 해설한다. 야후코리아의 인기 블로그였던 '싸이코 짱가의 쪽방'(http://kr.blog.yahoo.com/psy_jjanga)에 올랐던 글을 손질해 묶었다. 자기가 봤던 영화 위주로 가볍게 읽을 만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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