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 후보사퇴」 싸고 이견/국민·신당 통합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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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 “협상대상될 수 없다” 양보불가 입장/신당도 완강… 결렬땐 개별 입당 가능성도
정주영국민당대표가 8일 가칭 새한국당의 채문식창당준비위원장과 전격 회동,통합을 공식 제의함에 따라 양측 협상대표들이 9일 오후 1차 접촉을 갖는 등 통합논의가 본격화 됐다. 그러나 협상의 최종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정 대표의 후보사퇴문제를 둘러싸고 국민당측의 「불가」입장이 단호한데다 신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어 통합협상의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국민당측은 당대 당 통합형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원칙에 신당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당명도 변경할 수 있으며 공동대표제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정 대표가 신당 인사들의 내각제개헌 주장을 받아들여 공약으로 제시한바 있고 8일 중앙상무위에서 최고위원수를 현재의 7인에서 15인으로 대폭 늘렸기 때문에 통합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선을 1개월여 남겨놓고 있는 시점인 만큼 정치적으로 당대당 통합형식을 갖추자는 입장이다. 즉 굳이 신당창당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의 예우를 갖춰 당권을 배분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통합하자는 것이다.
국민당측은 이와 함께 금융실명제 실시를 공약에 포함시킨 것도 신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실명제 실시가 재벌당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을뿐 아니라 신당인사들에게 통합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대표의 후보사퇴문제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 대표의 의지가 단호할뿐 아니라 스스로 당선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당측은 협상과정에서 신당측이 정 대표의 후보사퇴를 고집해 협상이 결렬될 경우 신당인사들의 개별 입당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가칭 새한국당은 일단 협상에는 임하고 있으나 내부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종찬의원측은 정주영대표가 후보를 사퇴하지 않는한 통합협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정 대표가 후보를 사퇴한뒤 이 의원을 밀 경우 대선정국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신당측이 정 후보를 밀어준다해도 별다른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이 의원측은 정 대표·이 의원 모두가 후보로 나서지 않고 제3의 인물을 추대하는 방안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부에서 정 대표의 의지가 강한 만큼 후보로 밀되 대통령 임기단축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정 대표의 당선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영수의원 등은 통합협상에 적극적이다. 한 의원은 지난 5,6일 잇따라 열린 새한국당의 창당준비위원장단 및 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선통합 논의,후 후보추대」를 거듭 주장했다. 그는 『신당의 후보문제가 진통을 겪었던 것은 국민당과의 통합과 결부시켜 이를 논의해왔기 때문』이라며 『대선일정 등을 감안할 때 통합협상은 이번 주중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헌·김용환의원 등은 막대한 대선자금조달의 어려움 등 현실적 이유를 들어 국민당과의 통합이 적극 모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신당내 이견으로 국민당과의 통합협상은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신당이 공식 출범하기도 전에 양분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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