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깨끗한 대선캠페인(국운걸린 공명선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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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연·학연·혈연을 극복하자/고향·씨족 등 따져/편갈라 갈등 증폭/유권자 냉정한 판단 필요
언제까지 대통령선거가 지역감정을 확대 재생산하는 병인이어야 하는가. 지연·학연·혈연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주요소로 작용하는한 우리의 민주주의·선거문화는 전근대성을 벗어나기 어렵다.
산업사회를 지탱하는 대중민주주의는 합리성에 그 생명력이 있다. 합리적 기준으로 지도자를 뽑는 나라는 선진국이 되고 번성한다. 반대로 국민대표성보다 지역대표성이나 비합리적 요인이 승패를 가르는 나라는 갈등이 그치질 않고 국가발전도 그만큼 정체되거나 더딜 수밖에 없다.
지금 열기를 더해가는 대통령선거전 양상은 우리의 위치와 장래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김영삼·김대중·정주영후보는 모두 말로는 점잖고 지역감정이나 혈연·학연에 무관한 것처럼 얘기한다. 그러나 이들이 내심 표계산하는 것을 보면 특정지역의 표를 「주머니표」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을 발견하게 된다. 김영삼후보는 부산·경남에서 80%이상을,김대중후보는 호남에서 90%를 장담하고 있으며 정주영후보까지 강원도에서 60%득표를 호언하고 있다.
이들의 계산법은 가장 현실적이고 정확한 것인지 모른다.
이미 지역감정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생활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사석에서조차 대통령후보자를 논하려면 모인 사람들의 고향부터 따지는 습성이 있다. 어느 도에선 어느 지역보다 몰표가 더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고 「미워도 다시한번」이란 신파조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87년 대선때 노태우후보가 전주·군산에서 돌팔매맞는 장면이 TV에 보도되자 TK의 표굳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같은 폭발력 때문에 각 후보들은 지역감정을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하려 하며 역으로 결정적 패인이 될까봐 언행을 매우 조심한다. 문제는 속셈과 언행이 달라도 너무 다른데 지역성의 비극이 도사려 있다.
각 후보들은 지역 편가르기 다음으로 씨족들의 분할에 몰두하고 있다. 3당후보들이 앞다투어 문중행사에 참석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김대중후보는 오래전부터 가락종친회에 공을 들여왔고,김영삼후보는 최근 신라 김씨 종친회를 적극 돕고 있다. 정주영후보도 정씨 연합종친회 행사에 꼬박 참석하고 있으며 광화문 현대그룹건물에 하동 정씨 대종회 사무실을 열고 있다.
김해 김·허씨와 인천 이씨 등 가락종친회는 4백70만명이고 가락종친회를 제외한 김씨를 망라한 신라 김씨가 1천만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씨는 1백40만명.
김대중후보는 가락종친회를 기반으로 영남지역에 조직을 심고 있고 세후보는 군단위까지 종친회에 자금을 내려보내고 3당 모두 성씨별로 종친회 담당책임자가 있음은 물론이다.
지역으로,핏줄로,학교로 전국토와 국민을 편가르는 것을 후보들은 「조직화」라 외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후보가 조직하고 유권자는 호응할때 그 선거가 가져오는 결과는 갈등의 증폭이요,지역감정의 확인뿐이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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